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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장

고승준은 풀이 죽어있는 여준수를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여준수. 굳이 이럴 필요 있어?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럴 정도야? 정말 못 봐주겠네.” 여준수는 그를 무시한 채 술을 꿀꺽 삼켰다. “어젯밤 일, 잘 조사해 봤어?” 여준수가 냉랭하게 물었다. 말투가 어찌나 차가운지 걱정될 정도였다. ‘이럴 일이야?’ 고승준은 한숨을 내쉬더니 웬일인지 정은지 편을 들어주었다. “조사 끝났어. 은지 씨랑 고하준 씨 모두 그곳에 나타난 건 맞는데 사전에 약속해서 만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만난 거더라고.” 여준수는 그제야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풀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 말로는 고하준이 별로 그곳에 간 적 없다고 했어. 은지 씨도 처음이고. 가자마자 레이싱장 책임자더러 사람을 내놓으라고 한 걸 보니 데이트하러 간 건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누군가 지현 씨를 이용해서 은지 씨를 그곳까지 유인한 것 같아. 지현 씨를 납치한 사람도 조사해 보았는데 그냥 깡패들이었어. 깡패들은 돈만 받으면 시키는 대로 다 하니까. 그런데 누가 시켰는지는 아직 조사해 내지 못했어.” 고승준의 능력대로라면 이런 작은 일을 조사해 내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던 여준수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냉랭하게 물었다. “안성규라는 사람도 조사해 보았어?” 고승준이 확신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런데 어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은지 씨를 절벽 아래로 밀어달라면서 수표를 건네고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대.”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여준수는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응. 그런데 아쉽게도 어제저녁 등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 그런 곳엔 CCTV도 없고. 거기다 검은 옷으로 꽁꽁 싸맸는데 누군지도 몰라. 암튼 아무런 증거도 없어서 조사해 내기 어려워.” 고승준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럴 수가.” 여준수는 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단서가 끊겼으니 속이 말이 아니었다. 정은지를 해치려던 사람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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