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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장

“말이 안 통하는 분이시네요.” 정은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아서 바늘을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은지, 지금 뭐하는 거야!” 익숙하기 그지없는 가늘고 쨍한 목소리였다. 정은지가 동작을 멈추고 입구 쪽을 바라보자 조설현, 강순자, 그리고 엄청나게 꾸민 여아린이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까 큰 소리로 외친 사람은 당연히 여아인이었다. 이렇게까지 싹수없는 사람은 여아인뿐이었다. 정은지는 더는 난동 부리지 않았고,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니, 할머니, 아린아, 어떻게 오신 거예요?” 조설현이 강순자를 부축하면서 들어왔고, 여아린도 그 뒤를 따르면서 비아냥거렸다. “어제저녁 그렇게 난리 치는 바람에 우리 여씨 가문의 체면을 얼마나 깎아내렸는지 알아? 그러고도 우리가 모를 리가 있겠어?” 정은지는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어른들이 있어 애써 화를 참으면서 말했다. “아린아, 어머니랑 할머니도 계시는데 말 함부로 하지 말아줄래?” “내가 말 함부로 했다고?” 여아린은 불쾌한지 눈을 뒤집었다. “그러면 고모한테 물어보든가. 내가 오해한 게 맞는지.” 정은지는 아무 말 없이 조설현을 쳐다보았다. “어머니.” “내가 네 시어머니인 사실은 알고 있어?” 조설현 역시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코웃음을 쳤다. “난 네가 드디어 조용히 지낼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 몰랐어. 이제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머니, 저는...” 만나자마자 나무라기만 해서 정은지는 할 말이 없었다. 다행히 이때 강순자가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만해. 우리 은지 보러 온 거잖아. 은지한테 아직 직접 설명도 듣지 않았는데 급히 나무랄 것도 없잖아. 오해했으면 어쩌려고.” 정은지는 이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여아린은 눈에 뵈는 것이 없는지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오해 아니에요. 은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어제 분명 고하준 씨랑 데이트 나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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