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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장

그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고하준이 보였다. 정은지는 몰래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정말 끈질긴 사람이야. 왜 어디를 가든 보이는 거야!’ 사실 이상해할 것도 없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한아진이 벌인 일인게 분명했다. 고하준은 빠르게 다가와 걱정된다는 얼굴로 그녀를 나무랐다. “은지 씨, 왜 여기까지 왔어요? 게다가 이게 무슨 차림이에요? 여기가 위험한 곳이라는 걸 몰라요?” 정은지는 저도 모르게 냉소가 터졌다. ‘이렇게 연기할 필요가 있나?’ “상관없잖아요.” 정은지가 차갑게 말했으나 고하준은 뻔뻔하게 달라붙었다. “당연히 상관이 있죠. 은지 씨 일이면 바로 제 일인데요. 다행히 저를 만났기에 망정이지 오늘 얼마나 위험한 일이 생길 뻔했는지 아세요?” 정은지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안성규는 두 사람의 사이를 짐작하며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고하준처럼 고귀한 도련님을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었다. 참지 못한 안성규가 물었다. “고하준 씨, 이분과 친분이 있는 겁니까?” 그러자 고하준은 바로 정은지의 어깨를 잡고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하죠. 이 사람은 제 여자 친구입니다. 다들 예의를 차리세요.” 안성규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알겠습니다.” 수군거리던 다른 사람들도 얌전해졌다. 그러나 정은지는 역겨운 기분이 들어 빠르게 고하준을 밀어냈다.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제가 왜 그쪽 여자 친구예요?” 고하준은 정은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구길 줄 몰랐고 바로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래서 자신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여자들은 가끔 마음과 말이 따로 돌잖아요. 이게 바로 밀당 아니겠어요?” 그 말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은지는 고하준과 실랑이를 벌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사람들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파트너를 골랐다. 고개를 돌리는데 갑자기 사람들 사이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정은지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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