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정은지가 겨우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여준수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여준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해 식사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준수 씨, 내가 뭘 맛있는 걸 사 왔는지 맞혀봐!”
정은지는 마치 보물이라도 자랑하듯이 포장된 음식을 하나하나 열어 보였다.
“여기 초밥, 스파게티, 족발, 탕수육, 농어찜, 미역국, 달콤한 초코케이크까지... 그리고 샐러드도 있어! 분명 먹고 싶은 메뉴가 있을 거야!”
정은지는 마치 축제라도 연 것처럼 기뻐하며 음식을 펼쳐 놓았다. 하지만 여준수의 얼굴은 이미 어두운 그림자로 가득 찼다. 그는 정은지가 사 온 음식을 볼 생각도 없이 그녀의 환한 얼굴을 매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은지는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들고 올라왔기 때문에 몸이 약간 달아올랐고, 얼굴은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은 여전히 최고조였기에 얼굴에는 활짝 핀 꽃처럼 밝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여준수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고하준과 만나고 와서 이렇게 기뻐하는 건가? 역시 그렇게 쉽게 믿으면 안 되는 여자였어. 며칠 동안 조용해서 정말 변한 줄 알았는데, 결국 달라진 거라곤 없잖아!’
여준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부터 제멋대로였고 자기 뜻대로 밀어붙이는 성격이었지. 그런 사람이 쉽게 변할 리 없지...’
게다가 정은지가 이번 생엔 고하준만을 좋아하겠다고 말했던 것이 떠오르자, 여준수는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왜? 왜 나를 속인 거야? 계속해서 친절하게 굴고, 계속해서 다가오고... 정은지, 너 내 감정을 가지고 놀고 있는 거야?’
정은지는 젓가락과 밥을 여준수 앞에 놓으며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 시간 회의하느라 배고프지? 이거 한번 먹어봐. 이 가게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들었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여준수를 보고 나서 정은지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준수 씨의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진 거지? 혹시 회의 중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준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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