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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장

하지만 고하준은 한아진의 말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듯 피식 웃었다. “마찬가지라니. 누가 그래요? 아진 씨가 여준수랑 사귈 수 없는 게 팩트예요. 설령 여준수 곁에 은지 씨가 없다고 해도 온갖 예쁘고 잘난 부잣집 아가씨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겠죠. 아마 평생을 기다려도 여준수는 그쪽한테 눈길 한 번 안 줄 걸요?” 고하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난 달라요. 은지 씨가 날 좋아한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은지 씨는 결국 내 여자가 될 거라고요.” 이에 한아진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고하준 씨, 자뻑도 심하면 병이에요. 지금 상황으로 보면 정은지는 그쪽보다 여준수한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요.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러자 고하준이 발끈했다. “아직 뭘 잘 모르네. 은지 씨가 왜 다쳤는지 몰라요?” “왜 다쳤는데요?” “어젯밤에 은지 씨가 바에서 날 기다리다 다른 여자들이랑 시비가 붙었어요. 그러니까 나 때문에 다친 거죠. 이래도 날 안 좋아한다고 할 거예요?” 어젯밤의 광경을 떠올리며 고하준은 정은지가 본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요?” ‘넘어져서 다친 게 아니라 싸워서 다친 거였어? 그런데 정은지가 고하준 때문에 싸웠다고? 이게 말이 돼?’ 그럼에도 한아진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했다. “고하준 씨, 은지가 그쪽을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있으면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얼른 움직여요. 이러다 정은지가 여준수한테 진짜 빠지기라도 하면 우리 둘 다 끝이라고요.” “당연하죠. 기다리고 있어 봐요.” 고하준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시각, 5성급 호텔의 18층, 여준수와 정은지가 식탁 앞에 마주 앉아 있다. 직원이 다가와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 분 주문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들어 힐끗 정은지를 바라본 여준수가 물었다. “뭐 먹을래?” 하지만 정은지는 메뉴판이 아닌 여준수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갑자기 여기로 온 거야?” “그냥 밥 한 끼 먹는 거에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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