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뚜뚜...
끊긴 신호음이 들리자 전화기를 움켜쥔 고현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현준아...”
고현준을 쫓아온 안수지는 텅 빈 병실과 화가 나 뒤틀린 고현준의 얼굴을 보았다.
안희연이 이 병원에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손이 불편한 척 검사하러 왔다.
고현준이 안희연을 두고 검사받는 그녀의 곁으로 오자 전혀 놀랍지 않고 달콤한 기분만 들었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 별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고현준이 빠르게 자리를 떠날 줄이야.
“내가 지켜보라고 했잖아.”
고현준은 안수지를 무시한 채 싸늘한 눈빛으로 주성빈을 바라보았다.
“사모님께서 밀크티를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사러 갔는데...”
주성빈은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제가 방심했습니다.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나미래 씨가 데려간 것 같아요.”
“현준아, 희연이와 나미래 씨는 사이가 좋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안수지는 애써 웃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안희연에 대한 고현준의 걱정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희연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해서 본인이 듣고 싶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통제할 수 없었어.”
그 말은 안희연이 말을 안 듣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 자기중심적이라는 뜻이 다분했다.
말을 마친 안수지가 고현준의 표정을 살펴보니 남자는 안희연의 빈 침대만 노려볼 뿐 그녀의 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수지야, 사람 시켜서 데려다줄게.”
말을 마친 고현준이 주성빈에게 눈치를 주자 그가 곧장 운전기사에게 연락했다.
“현준아, 저녁 아직 안 먹었지? 내가 밥 살게.”
안수지는 병실에 거의 손대지 않은 음식을 바라보았다.
“나도 아직 안 먹었어.”
이대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고현준은 주성빈에게 눈길을 돌렸다.
“안수지 씨, 가시죠.”
주성빈이 안수지에게 밖으로 안내하듯 손짓하자 안수지는 억울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경매장과 윤은하의 생일 잔치에서 연달아 창피를 당하고 이제 고현준에게 무시까지 당했는데 하필 지금 고현준이 그녀를 무시하는 이유도, 전에 창피를 당한 이유도 전부 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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