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이 지극히 의존적인 행동에 수없이 했던 안희연의 착각을 떠오르게 했다. 지난 1년 동안 몇 번이나 그와 자신은 가까운 사이고, 사랑하는 연인에서 서로 의지하는 부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그러나 매번 이러한 행동은 곧 잠자리의 시작이었다. 정열적인 키스가 진한 술 냄새와 함께 그녀의 입술을 뒤덮었고, 마치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싶은 듯 강한 소유욕과 탐욕이 뒤섞여 있었다. 안희연은 거친 키스에 달뜬 숨을 내뱉었고 이내 온몸에 자잘한 입맞춤이 쏟아지자 그녀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고현준, 이건 잠자리를 대가로 주는 돈이야?” 남자의 손끝이 여자의 탄탄하고 매끈한 다리에 멈췄다. 고현준은 손끝에서 서늘함을 느끼며 열기가 올랐던 주위 공기가 싸늘해졌다. “필요 없어.” 안희연은 그에게 카드를 건넸지만 남자가 받지 않자 고개를 돌려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놀랍게도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장미 한 송이가 보였다. 꽃이 꽂혀 있던 꽃병은 재작년 런든에서 열린 경매에서 낙찰받은 골동품이었다. “저 꽃은 어디서 났어?” 분명 잠에 들기 전엔 없던 꽃이었다. 손을 들어 넥타이를 끌어당기는 고현준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피곤함이 살짝 묻어나는 가벼운 목소리로 답했다. “네가 늘 이랬잖아.” 말을 마친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 쪽으로 걸어갔고 안희연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고현준이 꽃을 가져왔다고?’ 고현준의 방이 너무 춥고 쓸쓸해 매번 돌아올 때마다 꽃 한 송이를 사서 방에 놓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고현준이 그녀의 이런 사소한 습관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마음속으로 의구심을 품은 안희연은 무릎을 감싼 채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보았다. “고현준, 요즘 무척 이상해.” 그녀를 지켜주던 것도, 고진희 일가에게 벌을 준 것도, 이 꽃도... 남자는 이미 화장실 문 앞까지 걸어가 셔츠를 벗고 아무렇지 않게 옆으로 던지며 날씬하고 탄탄한 상체를 드러냈다. 바지에 숨겨지지 않은 섹시한 치골이 보는 사람의 피를 끓게 했다.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