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돌아오자마자 임신 재촉이라니, 너무 끔찍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현준을 바라봤다.
곧 이혼하는데 애가 왜 필요하겠나.
고현준은 안희연의 도움 요청 신호를 못 알아챈 듯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 아직은 그럴 생각 없어요...”
안희연의 웃는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가자 윤은하는 속상함을 내비쳤다.
“희연아, 너도 알겠지만 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 이러다 너랑 현준이가 낳은 증손자도 못 보고 눈 감을까 봐서 걱정이야.”
“할머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오래 장수하셔야죠!”
‘나랑 고현준이 아이를 낳는 건 불가능해요.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윤은하는 안희연의 손을 잡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희연아, 할머니 올해 생일 소원이 증손자나 증손녀를 안아보는 건데 이 늙은이 좀 생각해 줄 수 없겠니?”
“할머니...”
안희연은 조금 당황했다.
“됐어요. 연기 그만하세요.”
보다 못한 고현준이 천천히 끼어들었다.
“희연이도 아직 어리고 당분간은 아이 안 낳아요.”
윤은하의 안타까운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퉁명스럽게 자기 손자를 노려보았다.
“현준아!”
연기를 그만하라는 말에 혼내는 건지, 아이를 안 낳겠다는 말에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윤은하는 안희연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고현준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희연아, 할머니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쟤가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 그러면 휴가 더 많이 내고 저녁엔 너와 시간을 보내라고 할게.”
안희연은 숨이 턱 막혀 참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고현준을 노려보았다.
‘시간을 더 낸다고?’
고현준은 이전에도 충분히 부지런했다. 이틀 치를 하룻밤에 몰아서 할 때도 있고 꼭 밤에만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고현준의 눈가에 어렴풋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평소에도 습관적으로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 웃음기가 더해지자 믿기지 않으면서도 인간미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안희연은 이 개자식이 조금... 의기양양한 것 같았다.
낯 뜨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