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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방우혁이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한명수는 그 뒤에 서 있던 한상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한상호는 곧장 앞으로 나섰다. “삼촌, 안 돼요!” 한소유가 한상호가 뭔가 하려는 걸 보고 다급히 외쳤다. 한상호는 선천 8단의 무인이었다. 그가 손을 뻗는 순간 방우혁은 중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 “이봐,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솔직하게 말해. 널 보낸 사람은 누구고 목적이 뭐야?” 한명수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한씨 가문처럼 거대한 가문은 적이 넘쳐났다. 겉으로 드러난 적도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적은 더 많았다. 한명수는 어떤 경우에도 적은 놓치지 않았고 틀렸더라도 일단 잡고 보는 성격이었다. “진실을 말해도 안 믿을 거면서 내가 뭘 어쩌라고?” 방우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방우혁의 느긋한 태도에 한명수는 완전히 분노했다. “좋아. 네 관 뚜껑을 봐야 눈물 나올 놈이군.” 한상호가 손을 뻗어 방우혁을 잡으려는 순간 2층 위쪽에서 늙고 쉰 목소리와 함께 마른기침이 들려왔다. “멈춰라. 콜록... 콜록...” “할아버지!” 한소유가 감격한 듯 외쳤다. 그 소리에 모두 고개를 돌리자 한소유의 할아버지인 한광식이 하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2층 복도에 나타났다. “난... 방우혁 군이 날 치료하게 하고 싶어.” 한광식은 힘겹게 말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그러자 한명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 치료라는 건 그렇게 아무에게나 맡기면 안 되는 겁니다. 저 녀석이 수상하다는 걸 떠나서 나이부터가 말이 안 됩니다. 의사일 리가 없어요.” 곁에 서 있던 사람 중에 중주시에서 모셔 온 암 전문의 진경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어르신은 폐암 말기입니다. 이 시점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믿는 건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제 계획대로 화학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수명은 조금이나마 연장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 진 박사님은 전문의시잖아요. 의사님의 말을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 한명수는 절박한 말투로 말했지만 한광식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무리 전문의라 해도 나한테 남은 시간은 석 달도 안 되지. 난 방우혁 군의 능력을 내 눈으로 직접 봤어. 난 방우혁 군을 믿어. 그러니 더 이상 방해하지 마.” 한명수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단호한 눈빛을 보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광식의 몸 상태는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괜히 자극했다간 진짜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좋아요. 방우혁 군이 치료하되 저와 진 박사님이 함께 지켜보는 조건이라면 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이게 한명수가 허용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였다. 그러자 한광식은 방우혁을 보며 물었다. “이런 조건... 괜찮겠나?” “뭐 상관없죠. 빨리할수록 좋으니까요.” 방우혁은 하품을 하며 몸을 기지개처럼 늘렸다. 그 해맑은 태도에 주변 사람들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심지어 한소유조차 속으로 불안했다. ‘아무리 봐도 믿음이 안 간단 말이야...’ ... 몇 분 후, 방우혁은 2층 한광식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간단한 의자 하나를 가져다 한광식의 앞에 앉았다. 방 한쪽엔 한명수, 진경태, 한상호, 그리고 추가로 불러온 보디가드 둘이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방우혁이 발악이라도 하면 바로 제압할 준비했다. 방우혁은 조용히 한광식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그 광경을 본 진경태는 코웃음을 쳤다. ‘폐암 말기에 맥 짚기는 또 뭐람? 완전 사기꾼 놀이구만.’ 하지만 진경태가 놓친 게 하나 있었다. 지금 방우혁은 단순히 맥만 짚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진기를 한광식의 혈맥 속에 흘려보내며 몸 전체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진기를 외부로 방출하는 건 축기 기간 이상에서 가능한 기술이다. 하지만 방우혁은 이미 연기 기간 100층 시절부터 외부 진기 방출이 가능했다. 1분쯤 지나자 방우혁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상태가 좋지 않네요.” 그 말에 진경태는 더욱 비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럴 줄 알았어. 마치 큰 비밀이라도 알았다는 듯한 저 태도... 지금 연극이라고 하는 거야?’ “흠흠... 제가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진경태가 비아냥 가득한 말투로 끼어들었다. “이보게, 뭐가 어떻게 좋지 않다는 건지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 나도 한 수 배우고 싶어서 그래. 그 유명한 한의학 말이야.” 그러자 한소유는 속으로 조마조마했다. ‘말 잘해야 돼... 제발 아무 말이나 하지 마...’ 하지만 방우혁은 아주 또박또박 말했다.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졌습니다. 특히 척추 부근의 침식이 심하네요. 그래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겁니다. 게다가 고혈압 증상도 있고 뇌에 경미한 경색도 진행 중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방 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진경신의 얼굴은 처음엔 조소로 일그러져 있었으나 점점 굳어가더니 급기야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방우혁이 말한 증상은 전부 정확했다. 심지어 최근 며칠 사이에 새로 생긴 증상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한소유는 무슨 말인지 잘 몰라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런데 한명수 역시 완전히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설마... 누가 아버지의 진단서를 유출한 건가요?” 한소유의 어머니 안수미가 소리쳤다. 하지만 한명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진단서는 내가 직접 보관하고 있고 복사본도 안 만들어 놨어.” 게다가 방우혁은 최근에 생긴 증상까지 정확히 말했다. 이건... 방우혁은 진짜 실력이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 상태론... 완치는 어렵습니다.” 방우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막 싹튼 희망이 그 말에 순식간에 꺼졌고 한소유는 눈가가 붉어졌다. 안수미는 기다렸다는 듯 비꼬듯 말했다. “봐요. 그럴 줄 알았어요. 병은 진단할 수 있어도 못 고치면 무슨 소용이에요?” “그럼... 나는 얼마나 더 살 수 있겠나?” 한광식이 힘겹게 물었다. “지금 한 번 침 치료를 하고 또 약 한 첩을 지어 드릴 겁니다. 그 약재를 전부 구해서 매일 한 번씩 복용하신다면... 대략 10년은 더 사시겠네요.” “열, 열 해나?” 한광식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기쁨에 겨워 눈이 반짝였다. ‘모든 병원에서 3개월 남았다고 말했는데... 10년이라니?’ “우혁아, 그게... 정말이야? 농담은 아니지?” 한소유는 눈에 눈물이 맺히며 물었다. “전제는 여러분께서 제가 말한 약재를 다 구해야 해요. 몇 가지는 좀 희귀할 겁니다.” 방우혁은 한 마디 덧붙였다. “그건 전혀 문제 아니에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드릴게요! 방 신의님, 제발 침 치료를 시작해 주세요.” 한명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 1시간 뒤, 방우혁이 서재에서 나왔다. 침 치료 중에 한광식은 피를 한 모금 토했다. 모두가 놀랐지만 그 피는 온몸에 쌓여 있던 독기였다. 그 피를 토하고 나자 한광식의 안색이 확실히 좋아졌고 얼굴에 생기도 돌았다. 진경태가 측정한 각종 수치도 분명히 호전되어 있었다. 그제야 한명수 일가는 방우혁을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약도 듣지 않았던 병이 방우혁의 침 몇 자루에 호전되다니... 진경태는 변명도 못 하고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나갔고 안수미도 입을 다물었다. 약재 목록을 넘긴 방우혁이 떠나려 하자 한명수는 진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방 신의님, 그동안의 무례한 짓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방우혁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자 한명수는 다시 수표를 꺼내 건넸다. “이건 금액이 비어 있는 수표입니다. 얼마든지 원하시는 만큼 적으세요. 이번 진료에 대한 보답입니다.” “돈은 상관없어요. 난 한소유가 내 부탁을 잊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방우혁은 한소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 너희 둘이 뭔가 거래했었나? 하하. 요즘 애들은 진짜 재밌네.” 한명수는 흐뭇하게 웃었다. 방우혁이 누구인지를 직감한 그는 딸이 그와 가까워지는 것을 오히려 반겼다. “거래라기보단... 그냥 한소유가 나랑 좀 떨어져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죠.” 방우혁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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