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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반 학생들은 한소유의 시선을 따라 방우혁이 있는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방우혁 앞자리의 하동민에게로 향했다. 하동민은 2반의 남신으로 잘생긴 외모와 부유한 집안 덕분에 반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이었다. ‘설마 한소유가 이 반으로 온 것도 하동민 때문인가?’ “동, 동민아, 한씨 가문의 딸이 너를 노리고 온 것 같은데?” 옆자리 우도운이 팔꿈치로 하동민을 찔렀다. 하동민도 약간 어리둥절했다. 고1 때 그는 한소유에게 작업을 걸었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꺼내보고 한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에게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하동민은 한소유가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고3이 되어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한소유가 왜 갑자기 찾아온 걸까? 설마 한소유가 오랫동안 나를 짝사랑해 왔던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하동민은 곧바로 허리를 펴고 앞머리를 정리하며 속으로는 굉장히 흥분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반 학생들의 시선은 모두 한소유와 하동민에게 집중되었다. 방우혁과 유지석은 이미 완전히 소외당하고 있었다. 이 둘 중 하나는 뚱뚱한 오타쿠에, 다른 하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여신 한소유의 관심을 받을 리 없었다. “또 한 송이의 꽃이 하동민에게 짓밟히는구나!” “아, 나도 하동민처럼 돈 많고 잘생겼으면 좋겠다.” “한소유는 내 여신인데, 어떻게 다른 남자를 좋아할 수 있지?” 반 남학생들은 부러움과 질투가 교차하며 복잡한 심경이었다. 담임 황해수는 상냥하게 한소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소유 학생, 하동민의 옆자리에서 앉고 싶어?” 한소유는 말없이 교단에서 내려와 방우혁이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하동민은 긴장되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첫 마디를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한소유가 점점 가까워지자 하동민은 입가를 살짝 올려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한소유는 그의 옆을 지나쳐버렸다. “선생님, 저는 방우혁과 같이 앉고 싶어요.” 한소유는 방우혁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교실은 적막에 휩싸였다.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한소유가 존재감 없는 방우혁과 같이 앉고 싶다고? 남신 하동민이 아니라?’ “저기, 이 자리를 나에게 양보해 줄 수 있을까?” 한소유는 놀란 유지석에게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물었다. 뚱뚱한 오타쿠인 유지석은 이런 미소녀를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얼굴이 빨개지며 입을 벌렸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난 너랑 같이 앉기 싫어.” 유지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옆의 방우혁이 입을 열었다. “와...” 몇몇 남학생들은 참지 못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한소유가 방우혁과 같이 앉자고 한 것도 충격인데 방우혁이 한소유와 같이 앉는 걸 거절한다고? 자기가 지금 뭘 거절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걸까?’ 전교 남학생들의 꿈이었다. ‘네가 싫으면 내가 할게!’ 반 남학생들의 마음속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방우혁의 거절에도 한소유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황해수를 바라보았다. 한소유의 시선을 느낀 황해수는 긴장되었다. 한소유의 신분이라면 교장조차도 그녀 앞에서 공손하게 굽실거려야 했다. 그녀의 작은 요청 하나쯤은 황해수가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황해수는 방우혁을 노려보며 엄격하게 말했다. “방우혁, 태도를 바르게 해! 한소유 학생이 우리 반에 새로 왔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너랑 유지석은 수업 중에 수다 떠는 일이 많아서 처음부터 둘을 떨어트리려고 생각 중이었어. 마침 한소유 학생이 너랑 같은 자리에 앉길 원하니 유지석은 2조 맨 뒤로 가서 혼자 앉아! 지금 당장 이동해!” 담임의 명령에 방우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몇 분 후, 한소유는 원하는 대로 방우혁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유지석은 외롭게 2조 맨 뒤로 이동해야 했다. “한소유 학생은 우등생 반에서 온 우등생이니 모두 본받도록 해.” 황해수는 또다시 아첨했다. 방우혁에게 한소유와 같은 자리에 앉는 건 분명히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이 학교에서 2년 동안 조용히 지내며 반 학생들 절반 이상이 자기 이름도 모르게 했는데 이 모든 게 한소유 때문에 망쳐졌다. 지금처럼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방우혁은 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 방우혁은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한소유는 눈짓으로 방우혁을 관찰했지만 계속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방우혁도 한소유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종이 울리자 반은 곧바로 떠들썩해졌다. 모두의 논점은 방우혁과 한소유였다. 하동민과 우도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앞으로 가서 몇몇 남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쳇, 동민아, 나는 한소유가 너를 찾으러 온 줄 알았어. 알고 보니 방우혁 그 자식을 노린 거였네!” 한 남학생이 말했다. 하동민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속으로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밀었다. 아까는 자신감에 차서 자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한소유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니, 좀 이상한 점이 있는 것 같아. 방금 한 시간 내내 한소유와 방우혁이 대화하는 소리를 못 들었어. 이 둘은 완전히 모르는 사이인 것 같아.” 우도운이 말했다. 우도운의 말에 남학생들은 뒤쪽의 방우혁과 한소유를 바라보았다. 방우혁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한소유는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둘 사이에 교류는 전혀 없었다. “내 생각엔 한소유의 진짜 목표는 동민이야! 방우혁 옆에 앉은 건 동민이 뒤에 앉을 수 있어서일 뿐이지!” 우도운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주변 남학생들은 황급히 수긍하며 말했다. “맞아, 나도 그런 것 같아. 방우혁 그 자식은 평소에 말도 별로 안 하는데 어떻게 한소유 같은 여신을 알겠어?” “그럼 왜 직접 나랑 같이 앉자고 하지 않았을까?” 하동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에이, 분명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한소유도 여자인 데다 신분도 높아서 동민이에게 호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거야.” 또 다른 남학생이 말했다. 하동민은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아까 한소유가 자신을 쳐다보지 않은 건 분명 부끄러워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남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방우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한소유도 그를 따라 나갔다. 둘의 행동은 다시 반 안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아지던 하동민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방우혁과 한소유는 옥상에 도착했다. “네가 나를 찾은 이유는 알겠는데,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해둘게.” 방우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소유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넌 약신의 제자잖아. 우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 거야.” “말했잖아. 나는 하수지의 제자가 아니라 친구라고.” 방우혁은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하지 마. 할아버지가 폐암 말기이고 3개월도 안 남았다는 걸 한눈에 알아챘는데 약신의 제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걸 알 수 있겠어?” 한소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방우혁은 그때 그 말을 꺼낸 걸 후회했다. “알았다 치자. 알아챈 것과는 상관없어. 암 말기인데 전 세계에서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방우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나는 완치를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할아버지의 수명을 좀 더 늘려서 몇 년이라도 더 살게 해줘.” 한소유는 눈가가 붉어지며 목소리가 떨렸다. 이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모습을 본 평범한 남자들은 침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우혁은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그것도 안 돼.” 방우혁이 말했다.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이 너무 많다. 방우혁은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고 구할 의무도 없었다. 방우혁은 그저 평범하게 살면서 언젠가는 연기 기간을 돌파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영웅이 아니었고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요구해. 우리는 다 줄 수 있어!” 한소유는 다시 말했다. “정말 도와줄 수 없어. 나는 돈도 필요 없고.” 방우혁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돌아섰다. 두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서며 말했다. “아, 그리고 자리를 옮겨줬으면 좋겠어. 너랑 같이 앉고 싶지 않아. 난 정말 귀찮은 걸 싫어하거든.” 방우혁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자 한소유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한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그녀는 이렇게 낮은 자세로 애원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이 방우혁이란 자는 완전히 무감각했고 태연하게 넘어갔다. “귀찮은 거 싫어한다고? 그럼 내가 더 귀찮게 해줄 거야!” 한소유는 이를 악물었다. 둘은 교실로 돌아왔고 다음 수업 시간 내내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오전 마지막 수업이 끝날 때까지 방우혁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한소유는 책을 정리하며 방우혁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방우혁, 우리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한소유는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우혁은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는 한소유를 바라보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야, 어젯밤에 너무 힘들었구나. 계속 자. 내가 밥 사다 줄게. 기다리고 있어.” 한소유는 눈빛에 교활함이 스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 안에서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은 미쳐버렸다. 이 말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어젯밤에 너무 힘들었다는 건 무슨 뜻이지? 이 말을 할 때 한소유의 얼굴에 흘러내린 수줍음과 홍조는 또 뭐야! 설마 한소유가 방우혁과 이미?’ 반 남학생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으며 방우혁은 태연했다. 한소유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주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소유는 오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명성까지 더럽힐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녀도 꽤 과감한 모양이었다. 방우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귀찮은 걸 싫어할 뿐,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유명해지고 애들이 질투하는 정도가 뭐 대수겠어.’ 5천 년을 수련한 사람이 10대 소녀의 장난에 당할 정도로 약할 리 없었다. 방우혁은 일어나 유지석을 찾아 점심을 먹으러 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그를 불러세웠다. “어이, 방우혁, 너랑 이야기 좀 하려고 하는데 복도로 나올래?” 그 사람은 바로 앞자리의 하동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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