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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방우혁은 집에 돌아와 손수 만든 약용 오일을 꺼내 유슬기의 부은 뺨에 조심스레 발랐다. 딱 2분쯤 지나자 얼굴에 선명하던 붉은 손자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 이제 집에 들어가자. 네 엄마 걱정 많이 하셨을 거야.” “응... 고마워, 우혁 오빠.” 유슬기는 통증이 사라진 뺨을 어루만지며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방우혁은 유슬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일 네가 말한 그 선배가 너한테 사과하게 할 거야.” “어?” 유슬기는 고개를 들어 방우혁을 바라봤다. “그 선배가 너한테 뺨을 때렸잖아. 당연히 사과해야지.” “그런데...” 유슬기는 망설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방우혁이 문제에 휘말릴지 걱정했다. “걱정하지 마.” 방우혁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 유슬기는 집에 돌아와 친구들이랑 잠깐 놀다 왔다고 둘러댔지만 황희숙에게 혼쭐이 났다. 그 시각, 방우혁은 2층 자기 방으로 돌아가 창밖을 바라보며 요수 내단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미 지동휘에게 부탁해 전국 단위로 요수 내단을 수소문해달라고 했지만 솔직히 지씨 가문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찾더라도 수량이 적고 값도 비쌀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필요한 수준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해.’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후보가 바로 한씨 가문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속세의 가문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고위급 요수를 직접 잡는 게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 년 전부터 영기가 급격히 줄어들며 요수들은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지금은 저급 내단이라도 여러 개 먹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그 녀석이 요즘 사업도 잘되던데. 한 번 써먹어 보지 뭐.’ 그는 핸드폰을 꺼내 익숙한 고정 번호 하나를 눌렀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다가 겨우 전화를 받은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맞은 편에는 한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수야.” 방우혁이 낮은 목소리로 상대방을 조용히 불렀다. 수화기 너머 늙은 남자가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말했다. “드디어 전화가 왔군요.” “너도 알잖아. 내가 원래 연락하는 거 잘 못 하잖아.” 방우혁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그냥 안부 전하러 전화한 건 아닐 거잖아요.” “맞아.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요수 내단을 좀 모아줘. 수량은 많을수록 좋아.” “요수 내단? 그건 우리 집에도 꽤 있는데요.” 남자의 말에 방우혁은 살짝 눈을 빛냈다. “전부 날 줘. 그리고 계속 수집해 줘.” “마침 손녀를 강남에 연수 보내려던 참이에요. 그 애한테 전해줄게요. 가능하다면 걔 좀 챙겨줘요.” “손녀? 예전에 돌잔치 때 갔던 아이 말이야?” “그래 맞아요. 지금은 벌써 스물다섯이에요. 우리 두 사람은... 24년 만이네요.” 노인은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했다. “날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면 돼.” “전 이제 팔십이 넘었어요. 거기까지 못 가요. 오히려 저를 보러 오셔야죠.” 노인은 기침 두 번을 하고는 천천히 말했다. “알았어. 네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찾아갈게.” 방우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기대할게요.”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방우혁은 창문가로 다가가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먼 곳의 중주 어느 저택의 서재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벌써 24년이나 지났구나...” 그는 깊은숨을 쉬면서 다시 수화기를 들고 지시를 내렸다. “가혜를 서재로 오라고 해.” ... 다음 날 아침, 방우혁은 평소보다 일찍 교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미 와 있던 한소유가 그를 반갑게 맞으면서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우혁아, 어제 약초를 갖다드렸더니 우리 아빠가 진짜 좋아하셨어. 꼭 저녁 같이 먹자고 하시더라. 오늘 저녁 시간 괜찮아?” 한소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좋지. 난 공짜로 밥 먹는 걸 엄청나게 좋아하거든.” 그는 원래 한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고 한명수를 부탁해 요수 내단을 수집하려던 계획이었다. 방우혁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한소유는 활짝 웃었다. 그때 방우혁의 시선이 전방의 자리에 닿았다. ‘강아림은... 아직 안 왔네.’ 3분 뒤, 강아림은 친구 허민아와 함께 웃으며 교실로 들어왔다. 방우혁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강아림, 나랑 복도로 좀 나와. 할 얘기 있어.” 강아림은 방우혁을 보자마자 표정이 싹 굳더니 친구에게 투덜거렸다. “하, 재수 없어. 아침부터 웬 지랄이야. 네가 나오라면 내가 나가야 해? 네가 뭔데? 나 할 말 없어.” 강아림의 목소리는 아주 날카로왔기에 즉시 전반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한소유 역시 놀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조차 방우혁이 왜 강아림한테 이러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지 뭐.” 방우혁은 미소를 지으며 한발 다가섰다. “어제 연습 때 고1 여학생 한 명 뺨 때렸지?” 그러자 강아림의 얼굴빛이 급변했다. “네가 뭔 상관이야? 남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정의감이 터져?” 그녀는 방우혁을 향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네가 맞다는 얘기야?” 방우혁이 다시 물었다. “맞다. 근데 어쩔 건데?” 강아림은 턱을 들고 방우혁을 노려봤다. 그녀는 방우혁이 싸움을 꽤 잘하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동민과 우도운이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수많은 눈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방우혁이 함부로 손을 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설사 방우혁이 정말로 손을 쓰더라고 해도 그녀는 방우혁을 가만두지 않을 계획이었다. 만약 방우혁이 자신을 때린다면 끝까지 달라붙어 기필코 방우혁을 학교에서 퇴학시키려고 마음먹었다. 일주일 내에 같은 반 몇몇 동창들을 때려눕혔으니 아무리 한소유라고 해도 방우혁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때려보시지? 때릴 수 있으면 말이야.” “빡!” 순간 교실 안에 묵직한 따귀 소리가 울렸다. 강아림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질 뻔했다. 방우혁은 일부러 세게 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따가 유슬기에게 사과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너… 너 진짜 날 때렸어!?” 강아림은 뺨을 감싸 쥔 채 방우혁을 살벌하게 노려봤다. “다들 들었지? 본인이 먼저 때리라고 했어.” 방우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고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방우혁!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허민아가 벌컥 소리쳤다. “선생님 불러올 거야. 넌 이번엔 진짜 끝이야!” 그녀는 곧장 교실을 뛰쳐나갔다. 그 뒤를 따라 몇몇 여학생들이 강아림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떻게 여학생을 때릴 수가 있어? 너 진짜 미쳤구나?” “이번엔 학교가 널 그냥 안 놔둘 거야.” “아림아, 괜찮아? 우린 네 편이야...” 하지만 방우혁이 단 한마디 하자 그들은 모두 물러섰다. “비켜.” 그 차가운 시선에 아무도 감히 마주 서 있지 못했다. “뭐 어쩔 건데?” “너희들 보고 꺼지라는 거야.” 방우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우혁의 시선 때문에 몇몇 여학생들은 움찔해서 바로 길을 내주었다. ‘이 자식은 분명히 미친 자식이야. 이러다간 우리도 아림처럼 따귀를 맞을 수 있다고.’ “지금 바로 고1 교실로 가. 어제 그 아이한테 사과해.” “사, 사과? 지금 사과해야 하는 건 너라고. 선생님이 오시면 넌 후회하게 될 거야!” “네가 사과하러 가기 싫으면 난 지금 바로 널 후회하게 할 수 있어.” 방우혁은 말하며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채며 들어 올렸다. “으악. 너 미쳤어. 놔!” 강아림은 안색이 크게 변해서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서 들려오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강아림은 발버둥 쳤고 발버둥 칠수록 고통이 더 심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사과 안 해?” 방우혁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고 그를 본 주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서운 한기가 떠돌았다. 심지어 한소유마저 방우혁의 이런 표정을 보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강아림은 이를 악물고 울며 말했다. “사과할게. 사과할게. 제발 내려놔.” 그제야 방우혁은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지금 당장 내려가자.” 강아림은 치욕에 떨었지만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순순히 따라나섰다. 적어도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는 방우혁의 뜻에 맞춰줘야 했다. 그들을 따라 몇몇 학생들도 방우혁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게 궁금한 듯 따라서 교실을 빠져나갔다. 고1 1반 앞. 방우혁은 교실 문을 열고 유슬기를 불러냈다. “슬기야. 바로 이 사람이 어제 너한테 뺨 때린 선배 맞지?”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림을 보자 유슬기는 움찔하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사과해.” 방우혁이 강아림을 바라봤다. 강아림은 속으로 많이 화가 나고 원통스러웠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를 갈며 말했다. “민아는 왜 아직도 선생님을 데리고 안 오는 거야...” “빨리.” 방우혁이 재촉했다. “미안해...” 강아림은 이를 악물면서 겨우 말했다. “됐어. 오빠, 그냥 돌아가.” 유슬기가 조용히 말했다. “안 돼. 아직 진심이 안 느껴져.” 그러자 강아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욕설을 퍼붓고 싶었으나 아까 고통이 생각나니 지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따가 선생님이 오면 방우혁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지금 조금만 더 참자.’ “미안해.” 이번에 그녀는 조금 더 부드러운 말투였다. “아직 부족해. 인사하면서 사과해야지.” 방우혁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너...” 강아림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방우혁을 노려봤다. 하지만 방우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강아림을 직시했다. 강아림은 마음속의 분노를 삭이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고개를 숙여 유슬기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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