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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넷째네 방에 가보자.” 경도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거긴 왜?” 서지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그 여자가 거기에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해?” “호텔과 10리 정도 되는 범위 내에서 내렸어.” 경도준은 그제서야 그럴듯한 답을 내놓았다. 서지민은 폭소를 터뜨렸다. “똑똑한 척하고 실수를 범한 거야? 형이 자신을 쫓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호텔을 나가자마자 차에서 내린 건가? 그 뒤로 진우남더러 도망가게 하고 형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었겠네. 아마 진구하고 고오한이 진우남을 그렇게 빨리 따라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거야. 게다가! 넷째 그 변태놈이 호텔 10리 안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을 거라는 것도 모르겠지.” 서지민은 입꼬리를 올렸다. “경화 호텔이 교외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이 시각에 지나가는 차들도 없을 테니까 진우남의 차에서 내리고 다른 차를 잡은 게 아니라면 분명 근처에 숨어있을 거야. 감시 카메라만 확인하면 무조건 잡히겠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서지민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33층 버튼을 눌렀다. 넷째 형과 큰형의 방은 전부 33층에 마련돼 있다. 하나는 3301호이고 다른 하나는 3302호이다. 넷째네 방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경도준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는데... 방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경도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옅은 담배 냄새가 나고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가 들어왔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넷째가 한 달 전에 출국했었다. 경도준은 빠르게 방 안을 훑어보았고 전체적으로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넷째 돌아왔어?” “아니, 넷째 아니야.” 경찰서장으로서의 관찰력이 보통이 아닌 서지민은 거실 의자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했다. “여자 담배야!” “형, 그 여자 여기에 왔었던 거 아니야? 정말 그런 거라면 그 여자의 목적이 심상치 않을 건데...” 경도준은 묵묵히 감시 카메라 동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호텔의 감시 카메라는 망가뜨렸다 해도 넷째가 단독으로 설치한 호텔 밖의 감시 카메라는 미처 훼손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까 전해 들었던 고오한의 정보로 경도준은 시간과 대략적인 위치를 정해 그 지역의 동영상을 열어보았다. 동영상 속에서 진우남의 차는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첫 커버에서 차가 세워지더니 문이 열렸다. 곧이어 검은 우산이 나타나더니 누군가가 차에서 내려왔고 동영상 속에서는 사람 전체가 우산 뒤에 숨겨져 있었다. “이 여자 보통이 아닌데? 카메라 있는 거 아는 거야?” 서지민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지! 카메라가 있는 걸 알면 여기서 내리지 못했겠지? 워낙 조심성이 강한 건가? 아니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건가? 아무리 그래도 사방에 사람 하나 없는 드넓은 공간에서 몸 숨길 데도 없는데 우리한테 들킬까 겁나지도 않나?” 경도준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솔직히 호텔을 나서자마자 차에서 내린 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가짜 수류탄으로 다들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서지민의 말대로 사방이 드넓은 공간이라 노출되기도 쉽고 한밤중에 맑은 하늘에서 우산을 쓰게 되면 더욱 눈에 띄게 된다. 똑똑한 그녀가 이런 실수를 범했을 리가 없는데! 경도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동영상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검은 우산”이 보통 남자 못지않은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뭐 하려는 거지?” 서지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이어 동영상 속의 사람은 도로 가드레일을 훌쩍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꽤 높은 가드레일을 일반 사람들은 절대 이토록 쉽게 뛰어넘을 수가 없을 텐데 이 여자는 우산 하나 흔들리지 않고 신속한 몸놀림을 선보이고 있었다. “형, 실력이 있는데! 이 여자 만만치 않겠어.” 서지민은 안색이 약간 엄숙해졌다. “이 여자 신분이 점점 더 의심이 가.” 경도준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동영상 속의 그녀는 우산을 쓴 채로 길을 건너 길가의 한 주유소로 들어갔다. 그녀는 주유소의 작은 슈퍼마켓으로 걸어갔다. 카메라의 각도로 슈퍼마켓 안까지는 찍히지 않았지만 전체 주유소는 이쪽 출구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간에 주유소 밖에는 사람도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경도준은 동영상의 속도를 두 배를 재생했더니 그녀가 슈퍼에서 나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기 주유소 출구는 하나야. 그럼 아직 슈퍼에 있는 거 아니야?” 서지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형, 지금 가면 당장 잡을 수 있어.” 눈빛이 흐려진 경도준은 계속하여 동영상을 재생하고 있었고 아무리 재생해 봐도 화면은 정지된 것만 같았다. 동영상 속에 사람이 안 보이니 움직이는 물건도 없었을뿐더러 한순간 이상한 점을 포착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화면이 깜짝거리고 있으니 마치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주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 그녀가 슈퍼마켓을 들어선 순간 카메라는 해킹을 당해 화면이 정지된 상황이었다. 다만 이 효과를 어떻게 완성한 거지? 그는 다른 각도가 찍힌 동영상을 확인해 봤더니 전부 정상이었고 오직 그녀를 찍고 있던 각도만 사용이 불가했다. 보아하니 고수를 만난 것 같네! 그는 그녀가 진작에 주유소를 떠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여우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네! 정말로 도망을 갔어? 서지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동영상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형, 사람 부를까?” 서지민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겹겹이 포위망을 마련해 놓은 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다니? 경도준은 그녀가 주유소를 벗어났다는 걸 알지만 이대로 포기할 마음도 없었다. 그는 진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멀쩡한 사람이 증발할 리도 없고 무조건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이혜인, 아직 호텔에 있어?” 경도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응.” 서지민은 비록 늦게 도착했으나 상황 파악을 마친 그는 이혜인이 그녀가 도망갈 수 있게 도와준 일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혜인을 1층 응접실로 데려와.” 경도준은 그제서야 동영상에서 시선을 뗐고 차분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눈빛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찾아내겠다고 결심한 이상 절대 실패할 일이 없다. 그녀의 가방! 가방 안에 물건 그리고 수갑에 묻은 지문 모두 증거물이다. 설령 그의 손바닥 안에서 도망쳤다고 해도 그는 모든 힘을 다해 그녀를 꼭 찾아내고 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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