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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남겨울은 잠시 멈칫하다 이내 다시 옅게 한숨을 쉬었다. 저 아니는 역시 너무 바보 같고 너무 유약하고 너무 만만했다! 이제 할 수 있는 말을 다 했는데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면 어쩔 수 없었다. “여사님같이 현명하신 분이 어떻게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하시겠어요?” 위층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던 진구는 남겨울의 말에 별아간 문제를 알아챘다. “진씨 가문 여사님이 이 모든 걸 설계한 건 고하진 씨를 모함하기 위해서라면 분명 고하진 씨 얼굴의 흉터에 따라 위조한 걸 텐데 왜 다른 걸까요? 깐깐한 여사님이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할 리가, 설마….” 진구는 갑자기 말을 멈추며 이 사건을 자세히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설마, 고하진 씨는 처음부터 여사님 음모를 알아채고 판 속의 판을 짠 건가? 하지만 고하진은 순진하고 단순한….” 순진? 단순? 경도준은 그날 자신을 침대에 묶어둔 여자를 떠올렸다. 비록 조금 헐렁하긴 했지만 그 속도와 용기, 반응 그리고 그 의아한 행동을 봤을 땐 교활한 여우가 따로 없었다. 만약 그날의 여우가 맞다면 조금도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도련님, 고하진 씨가 맞을까요? 만약 정말로 고하진 씨라면 여사님같이 현명하신 분을 고하진 씨가 어떻게 속인 걸까요? 고하진 씨 얼굴의 흉터가 마음대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진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도준의 두 눈이 순간 반짝이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보아하니 그 여자의 비밀이 정말로 적지 않은 듯 보였다. 점점 더 기대됐다. “우선 식부터 해서 사태부터 진정시키고 고하진은 나중에 제거할 기회를 찾으면 돼. 우리 손에 잡혀 있으니까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진언명은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대로 더 가다가는 진씨 가문에 불리했다. 계획이 실패해 잘못을 고하진에게 미루지도 못하고 고하진을 망가트리지도 못했으니 이 결혼식은 이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진언명은 일단 결혼식을 마치고 싶었다. 그래야 이 일을 이대로 넘길 수가 있었고, 나중에 고하진을 제거하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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