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장
이전의 유민서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냥 천진난만한 척했다.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그녀는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고, 심경준의 곁을 떠나고 나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전부 이런 계략들로 가득 찼다.
“불꽃의 심장”이 전시대에 올라갈 때, 심경준은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질 유리처럼 연약해 보였다.
순간 유민서는 자기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목걸이를 봤을 때, 그녀는 모른척할 수 있었다.
경매회까지 가져와서 심경준에게 이런 모욕을 줄 필요까진 없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심경준과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13년을 쫓은 사랑이 결국 실패한 사실, 그녀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똑똑한 심경준이 바보처럼 김은주한테 속고 있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말 괜한 참견이야.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유민서는 심장에서 전해져 오는 미세한 통증을 느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그녀는 두 번 다시 심경준과 김은주의 일을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갑자기 화장실의 문이 확 열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유민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구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거치적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화가 난 얼굴로 자기 앞에 걸어온 김은주가 눈에 들어왔다.
“백아연! 이 미친*!”
“3년 동안 날 그렇게 많이 욕했으면서, 왜 다 똑같은 말인 걸까?”
유민서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다는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너지! 네가 그 목걸이를 경매장에 가져온 거지! 너 정말 더럽고 비겁하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던 김은주는 드레스를 밟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원래 기세등등했던 그녀의 얼굴도 순간 원숭이 얼굴처럼 빨개졌다.
“난 그저 규정대로 자선 활동에 기증할 물건을 책임자한테 준 것뿐이에요. 뭐가 비겁하다는 거죠? 김은주 씨, 말 똑바로 하세요.”
혹시나 김은주가 자기를 물까 봐, 유민서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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