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호텔에 갈 기분이 사라진 유민서는 방향을 돌리고 집으로 갔다.
임주승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드디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가씨, 심경준 말이에요. 아직 아가씨가 유씨 가문의 딸이란 거, 모르죠?”
“응.”
유민서는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임주승은 그제야 이해 갔다.
‘그래서 저번에 심경준이 왔을 때, 아가씨가 대역을 찾은 거구나.’
“주승아, 일부로 숨긴 거 아니야.”
“알아요.”
유민서는 경악한 눈빛으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이런 아픈 과거, 당연히 건드리고 싶지 않겠죠. 그냥 걱정돼서요. 회장님께서 아시면 아가씨를 안쓰러워하고 속상해하실 거예요.”
핸들을 잡고 있던 임주승의 손에 힘줄이 튀어나왔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유씨 가문의 모든 사람한테 사랑받는 아가씨가 심경준 그 녀석한테 괴롭힘을 당했으니. 회장님께서 아시면 심경준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기려고. 아무래도 실패한 결혼이잖아. 나도 이젠 별로 결혼하고 싶지 않아.”
유민서는 눈을 감으며 비수 같은 심경준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재미없네.”
“그럼 저도 결혼 안 할래요.”
암주승은 진심이 담긴 말투로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아니야, 넌 결혼하고 싶으면 그냥 해. 내 비서를 하러 왔지, 무슨 불교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결혼 못 하게 한다는 게 말이 돼? 다른 사람이 알면 괜히 이상한 소문만 돌 거야.”
유민서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임주승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가 자격 없다는 걸 알기에, 그는 묵묵히 유민서를 밝혀주는 불빛이 되기로 했다.
“아가씨, 왜 심경준이랑 결혼하신 거예요?”
눈을 반쯤 뜨고 있던 유민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의 심정은 복잡하기만 했다.
“제가 괜한 질문을 했네요.”
“내가 11살 때, 학교에서 조직한 등산 활동에 참가한 적 있어. 등산하다가 엄마가 남겨준 사파이어 목걸이를 잃어버렸는데, 그걸 찾으려고 혼자 산에 들어갔어. 밤인 데다 길을 잃고 하필이면 또 태풍까지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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