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네, 하지만 전 지금…….”
유민서는 임주승의 팔을 힘껏 끌어당겼다. 그리고 입 다물라는 눈짓을 보냈다.
임주승도 아주 영리하게 그녀의 뜻을 눈치채고 순간 입을 닫았다.
“하, 유진성이 제일 믿는 비서를 너한테 줬단 말이야? 참 너한테 잘해주네.”
심경준은 그 복잡한 감성을 다시 감추고 또다시 차갑고 딱딱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재벌 집에 들어간 거. 전에는 날 가지고 놀더니, 이젠 유진성이야? 유진성이 영원히 네 본모습을 모르길 바랄게.”
그의 말은 마치 비수처럼 유민서의 심장에 꽂혔다.
임주승은 순간 품 안에 있는 유민서의 호흡이 가빠지고 어깨가 떨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이해 안 되는 건 심경준의 말이었다.
‘머리에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지금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주승아, 내가 정중하게 소개해 줄게.”
유민서는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아픔을 감춘 채, 웃으며 말했다.
“이분은 심진 그룹의 대표이자, 나랑 3년 결혼했던 전남편이야.”
“네?”
임주승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얼굴이 하얘졌다.
‘아가씨가 사라진 그 3년, 심경준이랑 결혼했다고? 모든 사람을 숨기고 심경준의 아내가 됐었단 말이야? 왜?’
“하지만 우린 이미 이혼했어. 나도 빈손으로 나왔으니까, 심씨 가문이랑 아무 상관없어. 앞으로 만나면, 그냥 모른 척하자.”
“우린 아직 이혼 안 했어! 할아버지의 생신…….”
“그만해! 더 이상 할아버지로 날 막지 마.”
유민서의 눈시울이 새빨개지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
“생신을 지내기 전까지, 혼인 관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 때문에 날 마음대로 모욕하는 거잖아! 내가 할아버지를 중시하는 걸 아니까!”
심경준의 몸이 떨렸다.
마치 여자의 날카로운 이빨에 베어 물린 것처럼, 아파서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
백아연이 이렇게 화내는 건 처음이었다. 기억 속에 그녀는 거의 성질을 부리지 않았고, 마치 주먹이 솜에 부딪힌 것처럼 심경준의 모든 걸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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