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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결국,심광현은 어르신 앞에서 다시는 금영쪽 일에 참견 안하겠다고 맹세하고서야 이 고비를 넘겼다. 심광현부부는 얼굴이 죽상이 돼서 떠났고 어르신은 어지러진 바닥을 보니 화가 났다. “우리집 가문이 어쩌다 이꼴이 났을가!우리 집안 남자들은 어쩌다 다 김씨집안 여자들하고 엮여서 이꼴이 된걸가!” 심경준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주워올렸고 머리는 빨리 돌아갔다. 설마 누가 유진성을 대신해서 영국에 세미나 참가하러 간건가? 하지만 아버지는 잘못 알아볼리가 없다.두사람은 업계에서 여러번 마주쳤었는데 어떻게 얼굴을 제대로 못알아볼리가 있을가.알츠하이머가 아니고서야. 이때 심경준이 부채 하나를 주워 올린다. “할아버지,이거 할아버지거예요?” “아이고!내정신....... 좀 봐.이리줘.” 심준호의 눈빛은 온화해졌다. “이 부채 아연이가 만들어준거야.뒷쪽에 그림하고 글자도 있어.이게 다 아연이 작품이야.” 그여자가 서예도 해?그림도? 심경준은 흠칫 놀라서 넋이 나간듯 멍해 있었다. 그여자가 옆에 있을땐 너무 틀에 박혀 있어서 재미가 없었다. 피아노 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김은주에 비해 백아연은 착하고 순하고 예쁜거 말고는 재능이 없었고 집안 도우미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근데 남자를 떠나고 나니 여자는 흙속에 묻혀 있던 진주마냥 빛을 보였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남자가 미처 반응을 못하게 남자가 몰랐었던 재능들이 하나둘씩 튀여나왔다. 그녀의 이런점들은 심경준은 아니지만 유진성은 가질만한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걸가? 그러니까 여자가 심경준에게 했던건 사랑이 아니라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한것이였다. 유진성이 진짜 사랑이라는거지? “예전에 아연이가 주말만 되면 나보러 왔어.어떨땐 산책도 같이 하고 어떨땐 서재에서 하루종일 앉아 있기도 하고.질려하지도 않고 내옆에서 책도 보고 서예도 하고.서예 하는거 보면 보통이 아니더라.붓글씨 실력이 힘있고 깔끔한게 실력만 보면 어느 재벌집 아가씨 같아 보이더라니까.” 심준호는 입을 오므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김은주보다 몇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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