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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장

차에 탄 강서진은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온몸의 기력을 다 잃은 듯한 그녀는 멈춰버린 로봇 같아 보였다. 심경훈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마치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물이 부어진 듯 분노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전에는 왜 그가 이렇게 양아치 같은 걸 몰랐지? 이렇게 비겁하고 뻔뻔할 줄이야!’ 역시 사랑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몰라도 눈이 멀게 만드는 건 맞다는 말이 이렇게 증명이 되는 듯싶었다. “아가씨, 분부하신 대로 영상 풀었습니다. 보십시오, 심이슬이 친구 둘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임지섭은 얼른 휴대폰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강서진은 조용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화면 속의 세 여자는 난장이 되도록 싸우고 있었고 그 장면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푸흡, 여자들끼리 싸우는 거 정말 독하게 싸우네요. 심이슬 씨 전투력 꽤 봐줄 만한 데요요? 2대1로도 밀리지 않다니, 씨름하러 가지 않은 게 참 아쉽습니다.” 임지섭은 깨고소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흥, 뺨 때리기 아니면 머리채 잡기인데 기술적인 게 하나도 없잖아. 뭐 볼 게 있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강서진의 시선은 화면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행동과 말이 너무나도 불일치했다. ‘그래도 속이 시커먼 셋이서 서로 개싸움 하는 걸 보니까 꽤 스트레스는 풀리네.” “아가씨, 심경훈이 정말로 사진을 다 지웠습니까?” 임지섭은 심경훈이 아가씨의 허리를 안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가볍게 여기는 게 분명했던 그 행동을 떠올리자 분노에 눈시울이 다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서럽지만 두 사람이 한 때 부부였으니 그보다 더 친근한 일도 지난 3년간 적잖이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되레 괜히 이런 것에 화를 낼 자격이 제일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반드시 지워야 했어. 심이슬을 아무리 안 좋아한다고 해도 만경 그룹의 체면은 생각해야 했을 테니까. 좋게 말하면 전체적인 국면을 생각하는 거지만 안 좋게 말하자면 가족도 내다 버린 냉혈한이라는 거지.” 강서진은 한숨을 내쉬며 비밀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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