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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장

“아니야. 오만하게 굴지 마.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내 인생에서 뿌리 채 도려내서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니까.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사랑한 적도 없었으면 해.” 심경훈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차가운 껍데기에 감싸져 있던 영혼이 크게 흔들리며 넥타이에 졸린 목구멍이 바싹 말라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녀의 말은 칼날같았고 이어질수록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강서진은 이미 손을 놓고 그의 옆을 빠르게 지나쳐버렸다. 서둘러 뒤따라간 임지섭은 심경훈의 곁을 지날 때 분노에 찬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비록 방금 전에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심경훈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개 버릇은 남 못 주는 법이었다. “오빠! 그 사진 다 지웠지? 촌뜨기 주제에 정말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날 협박하다니…. 오빠가 날 도와줘서 다행이야. 안 그랬음 우리 집안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거야.” 심이슬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다가와 심경훈의 팔짱을 끼며 사람들 앞에서 우애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심경훈은 방금 전 전처가 가져다준 충격에 빠져 차갑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은 마치 칼날같아 그녀의 얼굴을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순간 겁을 먹은 심이슬은 손을 움찔 거뒀다. “사진, 조작이 맞아?” “…어?” 심이슬은 순간 얼어붙었다. “아니라면 백서아가 널 뭘 모욕했다는 거야?” 심경훈의 두 눈에 한기가 가득 찼다. 심이슬은 놀라 얼어붙었다. 왠지 이 남자가 자신의 편에 서 있는 듯하지만 완전히 자신의 편은 아닌 것만 같았다. 왠지 그의 마음이 백서아에게로 향해 있는 듯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난 똑똑히 봤어.” 심경훈은 차갑게 시선을 거두었다. “이번 일은 이미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졌으니 내일 저녁에 기자회견 열어서 그 직원에게 사과해.” “뭐라고!” 심이슬은 놀라움과 분노에 인상을 마구 찌푸렸다. “왜? 내가 개네 호텔에 손님으로 갔으면 손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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