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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20분쯤 지났을까, 진수혁이 돌아왔다. 깔끔한 흰 셔츠 차림에, 여전히 잘생긴 이목구비가 눈에 확 들어왔다. 돈 많고 권력 있고 외모까지 뛰어난 사람이니 누군가 그에게 빠지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수혁아...” 소유리는 무의식중에 두 손이 꼭 쥐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봤다. 눈에는 잔뜩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 “미안해.” 진수혁은 그녀의 앞으로 가서 가볍게 뺨을 집듯 손을 올렸다. “괜찮아. 별일 아닌데 뭘.” “내가... 네 돈으로 지수한테 떠나 달라고 한 건 정말 잘못했어.” 소유리는 그가 두려운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말했다. “그래도 네 아내였고, 하늘이 엄만데... 미안해.” “잘못은 내가 했지.” 진수혁은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부드러웠다. 소유리와 서지수는 모두 동시에 의아해졌다. “내가 너한테 충분한 확신을 주지 못해서 네가 그런 일을 한 거잖아.” 그는 그녀를 살짝 품에서 떼어내 보며 낮은 음성으로 달래듯 말했다. “앞으론 자존심 깎으면서까지 이런 짓 하지 마. 뭔 일 있으면 나한테 직접 얘기하면 돼.” “정말 날 안 혼내?” 소유리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멍해졌다. “응, 화도 안 나.” 진수혁은 짧게 대답했다. “고마워, 수혁 씨.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소유리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물론 알았다. 그가 방금 한 말은 서지수를 의식해 일부러 들려준 것이고, 마지막 문장은 자신에게 은근 경고를 남긴 거라는 걸. “집사.” 진수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지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집사가 바로 앞으로 나왔다. “네, 선생님.” “오늘부로 서지수가 이 집에서 누리던 권한을 전부 없애.” 진수혁은 명령했다. “방 비밀번호, CCTV 열람 권한 등등 몽땅 해제해.” “알겠습니다.” 집사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서지수가 이 집 안에서 행사할 수 있던 권리는 깔끔하게 사라졌다. 비밀번호가 바뀌고, CCTV 접근도 차단됐다. 앞으로 그녀가 여기 들어오려면 진수혁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셈이었다. “내가 유리 대신 사과할게.” 진수혁은 주머니에서 2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내밀었다. “실질적으로 피해 준 것도 없으니 네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이 정도면 되겠지?” 서지수는 기가 막혀서 화도 안 날 지경이었다. 그가 자신을 괴롭히려는 건 예상했지만 이런 식의 모욕일 줄은 몰랐다. “됐어.” 그녀의 목소리는 오히려 담담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은 흡사 어리석은 사람을 보는 듯했다. “차라리 너희가 이 돈으로 병원 가서 뇌 검사를 받아봐. 큰 병이 있는지 없는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유리의 안색이 확 변했다. 무어라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서지수는 이미 위층으로 향했다. 소유리는 진수혁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다가 그의 시선이 위층으로 향해 있는 걸 보고 움찔했다. 그는 서지수가 올라가는 뒷모습을 응시하는데 그 눈빛이 묘하게 낯설었다. 마치 집안에서 순종적이기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성장해 나름의 생각을 드러낸 걸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수혁 씨.” 소유리가 작게 불렀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방금 전 감정은 전부 사라진 듯 무표정한 눈빛이었다. “왜?” “아, 아니야...” 소유리는 상황을 파악하고 말없이 입술을 다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지수는 가방을 챙겨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진수혁의 옆을 지나치다 잠시 멈춰서 비꼬듯 물었다. “오늘은 소지품 검사 안 해? 내가 네 물건이라도 훔쳤다면 어쩌려고.” “됐어. 이제 네 품성 정도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 진수혁은 의외로 태클 걸지 않았다. 서지수는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녀가 막 나간 순간, 진수혁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진 대표님, 서지수 님 어머니께 문제가 생겼습니다.] 비슷한 시각, 서지수도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서지수 님, 어머니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서 수술이 필요해요. 빨리 오셔서 수술 동의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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