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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 말을 마치면서 소유리는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서지수는 그것을 힐끗 보았고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네 엄마 치료비도 내가 수혁 씨한테 부탁해 계속 지원하게 해줄 수 있어.” 소유리는 여유롭게 조건을 이어갔다. “혹시나 다른 요구 사항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도 돼.” 서지수는 왜 소유리가 이런 제안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떠나라고 하는 거지?” “뭐가 왜야?” 소유리는 여전히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진수혁은 이미 네 편이잖아.” 서지수는 한때 절친이었던 그녀를 어느 정도 알기에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날 내쫓고 싶은 이유가 뭔데?” “누구나 자기 연인을 혼자만 차지하고 싶어 해. 나도 예외가 아니야.” 소유리는 카드 든 손을 거두며 마음속 불안함을 숨기려 애썼다. “수혁 씨가 아직 널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있다는 걸 알아. 네가 여기에 있는 한, 그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서지수는 전혀 믿지 않았다. 단지 그것 때문이라면, 예전 대학 시절처럼 자신을 모함해서 명예를 실추시키는 쪽을 택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왜 나서서 돈을 주며 떠나달라고만 할까. “네가 보기에 돈이 모자라면 액수를 더 말해봐.” 소유리는 서지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최대한 맞춰줄게.” “난 안 떠날 거야.” 서지수는 뿌리 깊이 경주에서 살아왔고 잘못한 건 진수혁이었으니 떠날 이유도 없었다. “하늘이가 여기서 학교도 다니고 있고, 엄마도 내가 돌봐야 해.” 소유리는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서지수!” 그녀가 이렇게 집요한 이유는 단순한 사랑 문제가 아닌 듯싶었다. 어쩌면 아수혁과의 관계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만약 서지수가 진수혁에게 왜 그녀와 바람피웠냐고 물으면, 그때 진수혁이 실토라도 해버리면 모든 비밀이 탄로 나 버릴까 두려운 걸 수도 있었다. “소유리, 넌 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 서지수는 그녀의 불안정한 태도를 놓치지 않았다. “예전에 날 모함하고, 일이 들킬까 봐 벌벌 떨던 때랑 똑같은 표정이잖아.” 소유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가 숨기는 게 있지?” 서지수는 은근히 확신에 차 있었다. “아니면 진수혁을 속인 게 있거나.” “너 또 앞서가고 있어.” 소유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난 그냥 네가 경주에 있는 게 싫고, 네가 사라져야만 수혁 씨 마음이 완전히 내 것 같다는 생각뿐이야.” “걔가 너랑 바람난 이후에도,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분명히 말해주지 않았어? 숨긴 적은 없잖아.” 서지수는 그녀의 말에서 생기는 모순을 지적했다. 진수혁이 가정도 버리지 않고 바깥사람도 두겠다고 선언했을 때, 소유리는 이를 받아들였고 그녀를 거부했던 셈이다. “맞아, 처음부터 네가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 소유리는 솔직하게 시인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이기적인 거라서, 난 네가 눈앞에서 아예 사라지길 바라. 그래야 100% 내 사람이 될 테니까.” 서지수는 휴대폰을 꺼내 몇 번 화면을 누르기 시작했다. 소유리는 직감적으로 덮치듯 다가섰다. “뭐 하는 거야!” “네 말을 그대로 진수혁한테 전달해 주려던 참이야.” 서지수는 집 안에 설치된 CCTV 녹화에서 방금 두 사람 대화 장면을 잘라 메시지로 진수혁에게 보냈다. “내가 진수혁 마음을 어지럽히는 걸 원치 않는다며? 나도 더 이상 진수혁이 날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거든.” 지금 상황을 자신의 주도권으로 뒤집겠다는 뜻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보다, 차라리 진수혁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 돼!” 소유리는 다급하게 또 한 번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진수혁이 여러 차례 경고하기를, 무슨 문제가 생기면 꼭 자신에게 직접 말하라고 했지 이런 식으로 몰래 일을 꾸미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일로 그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두려웠다. “이미 보냈어.” 서지수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집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유리는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두 손은 분노와 불안으로 꽉 쥐어진 채였다. ‘왜 우리 문제에 자꾸 진수혁을 끌어들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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