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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지수는 말문이 막혔다. 소채윤은 그녀의 성격을 잘 알기에 이력서를 조금 다듬어 보내줬다. “자, 고쳤어.” 서지수가 다운로드해 살펴보니 전보다 표현이 조금 달라졌을 뿐 크게 바뀐 건 없어 보였다. “이력서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 같은 거야. 미모 보정도 하고, 편집도 좀 할 줄 알아야 해.” 소채윤은 서지수를 잘 알았다. 그녀가 일할 땐 무척 성실하고 믿음직스럽지만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는 걸 말이다. 즉, 묵묵히 일만 잘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학생 때처럼 성적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일 잘하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른바 처세술을 얼마나 숙지했느냐도 중요했다. 설령 일솜씨가 조금 떨어져도 말솜씨가 좋으면 승진할 가능성이 높았다. “진지하게 다시 물어볼게. 우리 회사 오면 안 돼? 배우, 모델, 인플루언서... 너 원하는 거면 다 밀어줄게. 잠깐, 너 작곡도 하잖아? 가수랑 콜라보해서 네 곡을 발표하게 해주는 것도 가능해.” 소채윤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괜찮아. 나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 없어.” 서지수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런 주목을 받으면 사생활이 노출될 확률도 높아지니까.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럼 차라리 내가 널 먹여 살리는 건 어때? 물론 네가 또 안 받아들이겠지.” 소채윤은 그녀가 고집스런 사람임을 알기에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일단 계속 지원해 보고 정말 안 되겠으면 날 찾아와.” 서지수는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소채윤이 손본 이력서를 바탕으로 채용 지원을 다시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이전과 달리 면접 연락이 속속 들어왔다. 운이 풀린 건가 싶을 만큼 1차 면접, 2차 면접 모두 무난히 붙었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 관문인 최종 면접에서는 죄다 낙방을 통보받았다. “죄송합니다.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원자님 능력이 포지션에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서지수 님, 유감이지만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죄송하지만 다각적으로 고려한 결과, 당사 요구 사항과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마치 누가 작정이라도 한 듯, 모든 회사가 똑같은 이유로 서지수를 거절했다. 2차 면접까진 무척 긍정적이었고 면접관들도 그녀를 칭찬했었는데, 왜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온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연이은 전화에 점점 낙담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도 거절인가.’ 내심 체념하며 전화를 받자 예상대로 또박또박 한 표준어가 들렸다. “서지수 님이시죠? 지금 최종 면접 결과 관련해서 연락드립니다.” “안 된 거죠?” 그녀가 먼저 물었다. 상대는 잠시 뜸을 들였다. “네, 죄송합니다.”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돼요? 1차, 2차 면접 때는 제 점수 순위가 꽤 높았다고 들었거든요.” 서지수는 거의 자존감에 금이 갈 정도로 궁금해졌다. “오늘만 해도 여러 회사에서 똑같은 사유로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전화기 너머 담당자는 사장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보며 미안함을 삼켰다. 서지수의 절박한 물음이 이어졌다. “계세요?” “회사 쪽 결정이에요. 아무튼 꼭 좋은 곳 찾길 바랄게요.” 더 이상 자세한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서지수는 자신의 역량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문자가 하나 왔다. [윗선에서 연락이 와서 채용하지 말라고 했어요. 생각해 보세요. 혹시 무슨 사람을 건드린 거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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