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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서지수를 바라봤다. 그녀가 일부러 떨어뜨린 게 아니라면 자신의 성을 갈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수혁이가 준 걸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어?” 소유리는 재빠르게 카드를 집어 들며 애지중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더구나 이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수는 이미 캐리어를 들고 떠나고 있었다. 그녀가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향한 곳은 소채윤의 집이었다. 당장 집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짐을 그녀의 집에 놔두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지수를 본 소채윤은, 고작 반나절 만에 한층 수척해진 친구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진수혁 그 자식 또 뭐라 그랬어?” “응.” 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은 진짜 인간 말종이네.” 소채윤은 거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점심에 집에 들러 짐 정리하는데, 소유리 앞에서 내 캐리어를 뒤져보겠다고 하더라. 내가 뭘 훔쳐 갔을지도 모른다나.” 서지수는 담담히 사실을 털어놓았다. 마음은 텅 비어버린 듯했다. “오후에 전화했을 때는 소유리가 씻고 나왔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어.” “에휴, 진짜 제정신 아니네.” 소채윤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겨우 억눌렀다.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위해 분노해 주는 게 고마워서일까, 서지수는 한참 말없이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응?” 소채윤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나 좀 안아줄래?” 그녀는 겉보기에는 차분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소채윤은 말없이 서지수를 꼭 끌어안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품을 내어주듯 말이다. 평소라면 조금 더 버티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 며칠 새 겪은 모든 일이 떠오르자, 서지수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울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눈물이 제멋대로 흘러내렸다. 어깨가 들썩일 만큼 심하게 울면서 가슴 깊은 곳의 아픔이 온전히 드러났다. “울고 싶으면 참지 마. 다 쏟아내.” 소채윤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다정히 달랬다. “울고 나면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앞으로 우리 둘이 같이 살면 되지. 내가 널 든든히 지켜줄게.” 서지수는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더 서럽게 울었다. 소채윤은 조용히 그녀를 안아주었다. 10분쯤 지나서야 서지수의 흐느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소채윤은 티슈로 그녀 눈물을 닦아주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해 줬다. “너한테는 아직 내가 있어. 알지?” “알아.” 서지수의 목소리는 울음 때문에 잠겨 있었다. “진짜로 집에서 나와 살 거라면 하늘이랑 같이 여기 들어와. 거실도 넓고, 학교도 가깝잖아. 내가 같이 하늘이 봐주면 일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 거야.” 소채윤은 그렇게라도 그녀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서지수가 거절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소채윤은 매몰차게 엄포를 놓았다. “거절하면 넌 날 친구로 안 보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 “알았어.” 서지수는 우선 수긍했지만 속으로는 어떻게든 집을 빨리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채윤이 문득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네가 하늘이 데려가는 거 진수혁은 괜찮대?” 소채윤은 이쪽 인맥이 넓은 편이라 은근히 감이 빠른 편이었다. 대개 재벌가의 이혼은 아이가 어리면 남편 쪽에서 데려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 여자 쪽이 소송을 걸어 양육권을 되찾으려 해도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는 했다. 그래서 진수혁처럼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건 그녀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서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소채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걔 부모님은? 이런 상황이면 분명히 가만있지 않을 텐데.” “모르겠어. 진수혁이 얘기했는지도 잘 몰라.” 서지수는 원래 시부모와의 교류가 많지 않았다. “아무튼 당분간은 조심해. 진수혁 부모님 호락호락한 분들 아니야.” 소채윤은 그 둘에 대해 대략 알고 있었기에 신신당부했다. “만약 애가 너랑 지낸단 걸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서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만약 감당 안 되면 바로 연락해. 내가 대신 가서 욕이라도 해줄 테니까.” 소채윤은 사람 들볶는 데 도가 텄기에 든든했다. 서지수도 일단 그렇게 하겠노라 응했지만, 이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다. 소채윤의 집에서 나와 그녀의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실에서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진수혁의 부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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