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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추씨 가문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이상해졌다. 추기담은 송진하와 나이도 비슷하고 사이도 좋아서 그를 잡아당겨 조용히 물었다. “네 아빠 추나연 때문에 화가 나서 어떻게 된 거 아니지?” “네가 뭘 알아!” 승진하는 추기담을 흘겨봤다. “….” 추기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송강수는 이미 추호준을 지나쳐 잔뜩 흥분한 채 추나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나연아, 나랑 같이 아주머니 보러 가지 않을래?” 추나연이 미간을 찌푸리자 송강수는 얼른 해명했다. “네가 가주기만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넌 우리 가문의 은인이야.” “그래, 그래. 추나연, 네 가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이 강성에서 누가 감히 널 괴롭히잖아? 그건 이 송진하와 우리 송씨 가문과 척을 진다고 생각할게.” 송진하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 광경에 추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추나연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전 그냥 평범한 BJ일 뿐이에요.” 송강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송진하는 눈치 빠르게 순식간에 알아들었다. 그대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송진하가 말했다. “나랑 아빠 둘 다 바로 널 팔로우할게. 필요하다면 돈 주고 팔로워도 사줄게.” “됐어요. 전 그저 진심으로 제 방송을 좋아하는 팬이 필요한 것뿐이에요.” “알겠어.” 송진하는 이미 팔로우를 누른 화면을 추나연에게 보여주더니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걱정 마, 앞으로 네 방송은 무조건 보러 갈게.” 추나연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추씨 가문 사람들은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추나연은 이미 송강수 부자와 함께 차에 타고는 떠났다. 추기담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아빠! 강수 아저씨 왜 저러는 거예요?” 추호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송진하가 방금 전에 했던 말뿐이었다. 그 말은 송씨 가문에서 앞으로 추나연을 보호하겠다는 뜻이 명확했다. 병원. 송강수 부자는 두 사람은 가는 길에 차에서 진자현의 상황에 대해 전부 설명을 했다. 진자현은 송진하를 낳은 뒤로 내내 몸이 안 좋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엔 매년마다 병원에서 일정 기간 입원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고 일주일 전에는 갑자기 기절하기까지 했다. 병원에서는 진자현의 몸이 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으며 왜 기절한 건지에 대해서는 그들도 알 수 없다고 했었다. 송강수는 유명한 법사 여럿을 불러왔었다. 찾아온 법사들은 누구는 굿을 하고 누구는 혼 부르기를 하며… 온갖 할 수 있는 건 다 했었다. 그런데도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저 방인가요?” 추나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왼쪽 앞에 있는 한 방을 가리키며 물었다. 전자현이 지내고 있는 곳은 사립병원으로 한 개 층에 병실은 오직 열 개뿐이었고 전부 VIP 환자들을 위한 병실이었다. 그리고 모든 병실은 겉보기엔 다 같아 보였다. 송진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거기, 그 방이야. 추나연, 진짜 뭐 좀 있는데!” 송강수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면서도 속으로는 추나연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추나연의 눈에는 깨끗하고 밝은 병실들 중 오직 그 방만 검은 기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 병실 문을 연 순간 추나연의 표정이 돌변했다. 병실 안은 죽은 기운만 가득할 뿐만 아니라 옅은 금빛도 있었다. 다만 그 금빛은 아주 옅은 것이 오직 진자현의 주변에만 얇게 있었다. “나연아, 어때?” 추나연은 침대 옆에 가 섰다. “혼을 잃었네요.” 송강수가 속으로 놀라고 있는데 추나연의 담담한 말이 들려왔다. “조금 복잡하게 됐네요.” 복잡하다니? 뭐가? 혼을 찾아오기 힘든 건가? 그가 막 입을 열려는데 추나연이 미간을 찌푸린 채 스스로를 한심하다는 듯 투덜대는 말이 들려왔다. “지금은 제 영력이 부족해서 부족을 통해서 혼을 부르는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황지와 주사가 없네요.” 송강수는 뭐 별일이라는 생각에 한시름을 놓았다. “지금 바로 사러 갈게.” 송진하가 얼른 말했다. “어떤 황지, 어떤 주사가 필요한데? 그 외에 필요한 건?” “평범한 황지와 주사면 돼요. 그 외에 향도 한 묶음도요.” “그래.” 송진하는 준비물들을 사러 빠르게 뛰어나갔다. 송강수가 조심스럽게 추나연에게 물었다. “나연아, 자신 있어?” “네.” 송강수는 그 대답에 마음이 반쯤 놓였다. “어제 나한테 귀띔해 줘서 다행이야. 나랑 진하가 도착했을 때 실습 간호사가 약병을 착각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약을 잘못 맞을 뻔했어.” “의사가 그러는데 그걸 잘못 맞았으면 이 사람은 그대로 떠났을 거라고 하더구나.” 어젯밤 아들과 함께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난 뒤 얼마나 오랫동안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몰랐다. 아주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만 하더라도 추나연은 이미 그들 송씨 가문의 은인이었다. 송진하는 빠르게 물건들을 사 왔다. 황지 한 상자, 주사 한 상자에 향 한 상자였다. 추나연은 그것들을 살펴봤고 전부 다 고품질의 좋은 물건들이었다. “시작할 수 있겠어?” 송진하는 조금 흥분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것들에 대해 그저 소문만 들었었지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지금 그는 믿을 것 같기도, 믿을 수 없기도 하는 정도였다. 추나연은 짧게 대답한 뒤 황지 한 장을 꺼낸 뒤 검지와 중지를 붙여 주사를 묻히고는 황지 위에 부적을 그렸다. 그녀의 동작은 아주 빨랐고 숙련됐다. 마지막 한 획을 긋자 부적에서 금빛이 번쩍였다. 송진하는 흥분해서 송강수의 팔을 잡았다. “아빠, 봤어요? 제 눈이 잘못된 거 아니죠?” “조용히 해!” 사실 송강수는 송진하보다 더 흥분했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척 표정을 유지했다. 추나연은 다 그린 부적을 들고 진자현의 침대 앞으로 가 부적을 그녀의 가슴에 붙였다. 그런 뒤 향 세 대를 가져와 손가락으로 슥 그어 불을 붙였다. 그 광경에 송진하는 두 눈이 왕방울만 해졌고 입도 계란 하나 들어갈 정도로 떡 벌어졌다. 미친, 엄청나네! 무슨 특수효과를 보는 기분이었다. 가벼운 연기는 마치 의지리도 있는 듯 창밖으로 날아갔다. 추나연이 작은 목소리로 몇 번 불렀지만 연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영력이 너무 적었다. “제가 불렀는데 아무런 답이 없어요. 두 분은 가족이니까, 부르면 아마 대답이 돌아올 거예요.” 송강수는 향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부르냐?” “이름을 부르면서 돌아오라고 해요.” “자현아, 진자현, 얼른 돌아와.” 송강수가 몇 번 부르자 옆에 있던 송진하도 따라서 불렀다. “엄마, 엄마, 얼른 돌아와.” 별안간 송진하의 부름이 멈췄다. 그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창밖을 쳐다봤다. 멀리 날아갔던 연기는 마치 의지라도 있는 듯 무려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그 연기는 곧바로 침대로 향했다. 직선같던 연기는 침대 옆에 멈추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흩어졌다. “됐어요.” 추나연의 말에 송강수는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자 진자현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여 덥석 그 손을 잡았다. 송진하도 눈시울을 붉히더니 그대로 달려와 그녀를 불렀다. “엄마!” 진자현이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가 막 손을 뻗어 진자현을 안으려는데 송강수에게 밀쳐졌다. “….” 끌어안고 있는 부모님을 본 송진하는 입술을 삐죽이며 묻지도 않은 먼지를 탁탁 털더니 조금 어색한 얼굴로 추나연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우리 엄마 이제 괜찮겠지?” 전에 그는 계속 추나연을 괴롭혔었는데 이제 추나연이 갑자기 엄마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버리니 조금 어색했다. “아니.” “….” 그저 인사치레로 해본 말에 이렇게 대단한 답이 돌아올 줄은 송진하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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