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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송씨 가문의 두 부자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추성화는 의미심장하게 추나연에게 말했다. “나연아, 어떻게 그렇게 아주머니를 저주할 수가 있어. 아저씨랑 아주머니 금술이 얼마나 좋은데, 그렇게 아주머니를 저주했으니 아저씨 분명 화나셨을 거야.” “다른 볼일 없으면 전 이만 올라가서 잘게요.” 추나연은 추성화를 무시한 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추성화는 속상함에 고개를 푹 숙였고 두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뚝 떨어졌다. 송선아는 속상한 얼굴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투덜댔다. “나연이도 성격을 고쳐먹어야 해. 송씨 가문과 우리 집안이 사이가 좋아서 다행이지, 다른 집안이었으면 아마 원수를 졌을 거야.” 추호준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방송, 더는 못 하게 해야겠어.” 이튿날 아침, 추나연은 아침 식사를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 둘째 오빠 추기저오가 셋째 오빠 추기담도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이 두 사람은 그녀가 추씨 가문으로 돌아온 첫날 한마디씩 인사를 건넨 뒤엔 다시는 나타난 적 없었다. “너랑 성화는 똑같은 추씨 가문 아가씨니까, 성화를 괴롭히지 마.” 그렇게 말하는 추기정보다 추기담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추씨 가문은 영원히 성화의 집이야. 그 누구도 내쫓을 수 없어.” 이 두 친오빠는 친동생을 경고하고 난 뒤엔 추성화를 달래주러 갔었다. 추성화를 달래주고 난 뒤에 두 사람은 집을 떠나 일을 하러 갔었다. 심지어 어제 그녀의 환영 파티 때에도 돌아오지 않았었다. 추성화는 내려온 추나연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나연아, 얼른 와. 다들 너 기다리고 있어.” 추기담은 그런 추나연을 차가운 눈빛으로 흘깃 쳐다봤다. “온 가족이 너 하나를 기다리고 있잖아, 예의는 어디 간 거야?” 추나연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 그녀가 차갑게 굴수록 추기담은 화가 났다. “들어보니까 어제 성화의 옷을 빼앗았다며?” “네, 빼앗았어요.” “아주 당당하네? 우리 집안이 너 굶기기를 했어, 뭘 했어? 감히 성화의 드레스를 빼앗아? 새로 살 돈 없어?” 추나연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훑어봤다. 차갑게 굳은 얼굴이 아니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어제의 그녀의 행동에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전 10억짜리 드레스는 없어서요.” “그럼 사러 갔어야지.” 추나연은 조롱하듯 웃었다. “10억짜리 드레스를 파는 매장이 어딨다고요?” 추성화의 치마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이었다. 어젯밤의 그 치마는 디자인 값만 10억이었다. 그것마저도 추성화의 옷장에서 가장 비싼 옷도 아니었다. 그저 중간 가격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추씨 가문으로 돌아온 아가씨인 그녀는 돈이 있다고 해도 국제적인 디자이너에게 드레스를 맡길 인맥이 없었다. 추씨 가문 사람들도 그제야 그 점을 인식한 듯 모두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추기담은 추성화가 서러웠을 거라 생각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성화의 드레스를 빼앗으면 안 되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 “대체 왜 제 환영 파티인데 전 천만 원짜리 드레스를 입고 쟨 10억짜리 드레스를 입어요?” 이 대비는 확실히 너무 처참했다. 추기담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송선아의 얼굴에도 죄책감과 속상함이 떠올랐다. “나연아,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대신 옷이랑 악세서리를 준비해줬어야 하는데.” 그녀는 그저 익숙해진 것뿐이었다. 성화가 크면서 자신만의 안목이 생긴 뒤로는 아이들의 옷차림에 간섭한 적이 없었다. 매번마다 습관적으로 카드를 주어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 디자이너를 부르고 싶으면 부르게 했었다. 추성화는 사람들의 표정을 쳐다보다 손을 뻗어 추기담의 소매자락을 당겼다. “오빠, 그만해. 나연이가 좋아하면 다 주지 뭐. 어차피 그것들 다 내가 받을 게 아니었잖아.” 추기담은 추성화가 속상해하는 꼴을 볼 수가 없었다. “성화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넌 영원히 추씨 가문의 딸이고 추씨 가문의 공주님이야. 누가 감히 널 괴롭히면 내가 절대로 가만 안 둘 거야.” 그는 잠시 망설이다 추나연을 단단히 노려봤다. “너를 포함해서 말이야.” “추기담!” 추기한이 조용히 호통을 쳤다. 예쩐의 추나연이었다면 진작에 화를 내며 따지고 울고불고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수행을 겪은 뒤로 추나연의 마음은 이미 평온해진 지 오래였다. 부모 형제간의 이런 인연은 참으로 신기한 것으로 바란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반문했다. “그럼 그 말은, 추성화는 추씨 가문의 공주님이고 전 추씨 가문의 하녀라는 얘긴가요?” “….” 추기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추성화는 두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나연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엄마아빠랑 오빠는 다 널 사랑해.” 추나연은 추성화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추기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니라면 추성화에게도 경고를 해야하지 않겠어요? 추성화에게 절 괴롭히지 말라고요.” “성화가 누군가를 괴롭힐 리가? 성화는 내가 잘 알아.” 추기담이 반문했다. “그럼 저에 대해선 잘 아세요? 무슨 근거로 제가 쟬 괴롭힐 거라고 생각해요?” 추나연은 자신이 추씨 가문에 돌아온 첫날의 광경을 떠올렸다. 가족애에 대해 갈망을 가득 안고 돌아왔지만 돌아온 것은 부모님의 냉대와 오빠의 경고뿐이었다. “쟤보다 저에게 더 잘해주길 바라지도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공평하게 대해줄 수는 있지 않겠어요?” 추나연은 냉소를 흘렸다. “못 하겠으면 오빠 자격으로 절 교육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럴 자격 없으니까!” “….” 추기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격 없다는 말은 추기담의 체면만 깎아내린 것이 아니라 추씨 가문의 다른 사람의 안색도 안 좋게 만들었다. 추호준이 작게 기침했다. “됐어, 한 가족끼리 앞으로 이런 말은 하지 않도록 해.” “나연아, 엄마아빠도 네가 전에 고생한 거 알아. 그동안 우리가 확실히 소홀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앞으로 성화에게 있는 건 너도 가질 수 있을 거야. 너한테 있는 건 성화에게도 있을 거고.” “두 사람 모두 추씨 가문의 아가씨고, 우리 집안의 공주님이야.” 그 말에 추성화의 동공이 작게 수축하더니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다. 송선아는 조금 속상한 얼굴로 추나연을 쳐다봤다. 뭐가 됐든 친 딸인데, 예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만 이 딸은 성격이 너무…. 그녀는 이 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연아, 어제 너 대학에 다닌 적 없다고 했잖아. 엄마랑 아빠가 고민해 봤는데 역시 공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국내 대학은 따로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유학 준비를 하려고 해.” 추나연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추호준이 그 말을 이어받았다. “공부하고 싶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집안에서 평생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방송은… 앞으로 그만하거라.” 추나연이 고개를 들었다. “방송은 제 일이에요.” “그게 무슨 일이야!” 추기담은 추기한의 눈빛에 목소리를 줄였다. “출근이 하고 싶은 거면 집안에서 마련해 줄게. 연예계에 들어가고 싶은 거면 우리 집안에도 그쪽 인맥 있어.” 추호준은 최대한 좋은 말로 그녀와 상의했다. 내내 아무 말이 없던 추기정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성화처럼 연예계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될 건 없지.” “그 방송은 그만 해.” 추호준은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말을 하는 사이 고용인이 다가왔다. “어르신, 송씨 가문 어르신과 도련님이 오셨습니다.” 추호준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강수 부자도 빠르게 안으로 들어섰다. “호준아, 나연이는? 나연이 어딨어?” 송강수의 표정이나 조급하게 묻는 모습은 책임을 묻거나 추나연을 혼내러 온 얼굴은 아닌 것 같아 추호준은 조금 의아해졌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추호준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수야, 애가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내가 지금 나연이 혼내고 있었어. 앞으로 절대로 그런 방송은 하지 않을 거야.” “….” “호준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미 추나연을 발견한 송강수는 두 눈을 빛냈다. “난 나연이의 방송이 아주 마음에 들어. 이야기가 아주 흥미진진하고 생생해서 아주 좋아.” “….” 그 말에 추호준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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