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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명화가 다 안다는 듯 물었다. “자네 짓이 아닌데 뭘 그렇게 무서워 해?” 김동환이 입을 꾹 다문다. “대체 왜지?” 다시 입을 뻥긋거리려던 김동환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대신 추나연이 입을 열었다. “쌀을 두르면 은혜를 기르고 쌀을 짊어져 원한을 키우는 법입니다.” 명화가 움찔 놀라더니 멍한 표정으로 김동환을 쳐다봤다. “돈 빌려달라고 하면서 이혼하고 젊은 여자랑 살겠다던 거 내가 동의 안 했다고 그래?” 이젠 변명해봤자 소용 없다는 걸 김동환도 잘 안다. “겨우 2억이야, 돈도 그리 많으면서 그게 그렇게 싫었어?” “부인 바꾸면 안돼? 자네 집사람은 예쁜데다 대학교 교수이기까지 한데 우리 집 여편네는 못 생기고 늙었다고. 툭하면 어디 아프기나 하고.” “돈 빌려줬으면 내가 자네 조상묘 팠겠어?”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거 봐서 자네 부모 묫자리는 건들지도 않았는데.” 화가 나면 날수록 김동환은 더욱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결국 돌고 돌아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게 문제. 고작 그게 뭐가 그렇게 아까워서? 명화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자신의 오랜 친구를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이 배은망덕한 놈을 한대 치려던 명오를 명화가 제지시킨다. 곧장 경찰에 신고하려는 명화를 보며 눈이 휘둥그래진 김동환이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야, 명화!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친구를 제 손으로 감옥에 보내시겠다? 그러고도 이 마을에서 발 붙이고 살 수 있겠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김동환은 마치 제가 피해자라도 된 양 말했다. 경찰에 질질 끌려가면서까지 말이다. 소란을 듣고 찾아온 마을 사람들은 다들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질 게 두려워 명화더러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며 당부했다. 그 말에도 명화는 개의치 않은 채 그들을 안심시키고는 다시금 김씨 가문 사람들에게로 잣대를 돌렸다. 경찰이 왔을 때 통화를 끊으려 했던 추나연은 뒷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결국 끊지 않기로 했다. [저래서 저런 놈들은 잘해줄수록 고마운 줄 모른다니까. 일단 한번만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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