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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박시율은 룸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예전에 자신도 이 가게의 메뉴판을 본 적 있었다. 제일 비싼 와인이라고 해봤자 한 병에 4백만 원 정도였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4천만 원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 룸 안에 있는 사람이 자신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더욱 의심스러웠다. 아는 사람이었다면 왜 굳이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물러선다면 부모님들은 어쩌고 또 수아는 어쩐단 말인가? 도범은 몇 년간 군인 생활을 했었고 뜨거운 열정도 지닌 남자였다. 또한 그는 싸움도 제법 하는 것 같았는데 두세 명 정도는 쉽게 눕힐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많았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장정들이었고 한눈에 봐도 길거리의 양아치와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도범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혼사서는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만약 도범의 성질에 정말 그들과 싸움이라도 붙게 되면 그땐 진짜 큰일이었다.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한 박시율은 속으로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외식을 하는 게 아니었다. 아니면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 길가에 널린 아무 가정식 백반집에 가서 몇 만 원짜리 밥을 먹는 것이 훨씬 마음 편했을 것이다. 이제 다른 선택권이 없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안으로 들어선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룸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왕 씨 집안의 도련님, 왕호였다. “왕 씨 가문의 도련님이 이 레스토랑의 보스인 줄은 몰랐네!” 박시율이 담담하게 웃으며 문을 닫았다. “도련님은 내가 아래층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네. 그래서 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난을 친 거야? 난 이런 장난을 즐기지 않아!” “하하!” 왕호가 웃으면서 몸을 일으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시율이 너는 지금까지 줄곧 나를 본체만체했었지. 내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네가 순순히 날 만나러 왔겠어?” 왕호가 미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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