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집을 양보하면 또 더 많은 것들을 양보해야 할 거야. 이점에 있어서 난 절대 타협할 수 없어.”
주호진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확고하고 집요하게 들렸다. 고집불통이 따로 없었다.
황이진은 한숨을 내쉬며 주호진의 태도를 보니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
“고집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송유리도 평가했다.
“고집이 꽤 센 편이죠.”
“맞는 말이야.”
주호진은 휴대폰을 받침대에 올려놓으며 걸어두며 조용히 말했다.
“아직 내 구역에 있는데 이렇게 뒷담화를 보고 있어도 돼?”
두 사람은 즉시 입을 가렸다.
집에서도 주호진에 대해 여러 번 말했던 그들은 이곳이 그의 집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황이진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떠보았다.
“그럼 유리의 할머니에 관해서는 더 상의할 여지가 있어요?”
“입 닥쳐.”
황이진은 눈을 흘겼다.
“지금은 왜 이렇게 무섭게 변했어요? 아까 그 두 사람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했잖아요?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두말없이 주던데요?”
“몇백 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말로 싸우기 귀찮아서 그래.”
“몇백 원이라고요? 그건 60만이에요. 어떤 사람은 한 달 월급이 60만이에요.”
황이진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떨렸다. 왜냐하면 그녀가 바로 이 불쌍한 ‘어떤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다.
주호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나한텐 많은 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양보할수록 그들의 기세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걸 몰라요? 지금 그들은 당신 같은 부자들을 상대로 이런 사기를 벌이고 있는데 언젠가 일반 사람을 상대로 한다면 어떡해요? 그 사람들에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돈인데요? 이건 나쁜 사람을 도와주는 거나 다름없어요.”
주호진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단순히 이 귀찮은 일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을 뿐 이런 점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다음 모퉁이를 지나고 나서야 주호진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앞으로 조심할게.”
어쨌든 듣기는 한 모양이니 황이진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차 안은 조용했고 내비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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