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하지만 계속 입을 다물고만 있는 고인성에 차 안의 공기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로 어두워진 얼굴은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잘못한 게 있었기에 송유리는 용기를 내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날 약속에 못 간 건 정말 미안해요...”
송유리가 말을 하지 않을 땐 그저 정적이었는데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고인성은 참아왔던 게 폭발한 사람처럼 송유리를 향해 쏘아붙였다.
“미안하다는 말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 약속 어겨놓고 문자, 전화도 다 씹고. 내가 그렇게 많은 문자를 하고 전화도 했는데 넌 한마디 답장도 없었잖아. 내가 바보 같아? 그래서 가지고 논 거야?”
이 정도로 말을 길게 하는 것도 처음이라 송유리는 다급히 해명했다.
“핸드폰이 망가졌었어요.”
“네가 진심으로 나한테 전화를 하고 싶었다면 방법은 많았겠지. 그런데 넌 시도조차 안 해본 거잖아. 약속 어긴 그날부터 오늘까지 단 한 통의 전화도 사과도 없었어. 내가 정말 널 좋아한다고 착각이라도 한 거야? 그래서 그렇게 대담한 짓을 한 건가?”
고인성은 한 번도 이렇게 화를 표출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세계에선 화를 내지 않아도 상대방을 꼼짝 못 하게 할 방법은 충분했지만 송유리 앞에서만큼은 화를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죄송해요...”
다시 흘러나온 사과에 고인성은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송유리에게 입을 맞추었다.
깜짝 놀란 송유리는 바로 그를 피하려 했지만 이미 단단히 잡혀버린 머리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상대방의 상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과격한 키스에 송유리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의 리드에 따라야만 했다.
입술을 물어뜯고 치열을 훑으며 송유리를 집어 삼킬 듯이 탐하던 고인성은 한참 뒤에야 물러나며 입꼬리를 올려 송유리를 비웃었다.
“나한테 넌 그냥 장난감에 불과해. 전엔 내가 널 존중한다는 의미를 기회를 준 거였는데 그걸 날려버린 건 너야.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해도 날 원망하진 마.”
자기 생각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사악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고인성을 송유리는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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