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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송유리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침대에는 그녀 혼자뿐이었고 황이진은 아침 일찍 나간 듯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침대 머리맡에 작은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난 일자리 구하러 나가. 냄비에 찌개 끓여놨고 전기밥솥에 밥도 있으니까 데워서 먹어.] 송유리는 세수하고 간단히 준비를 마친 후, 따뜻한 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아침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동안은 과자 몇 개로 허기를 채우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간단히 요리해야 했기에 시간이 꽤 걸렸었다. 비록 지금 황이진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누군가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덜 힘들게 느껴졌다. 오후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 황이진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일자리는 못 구했지만, 온수기 문제는 해결했어.” “이렇게 빨리요?” 놀라운 속도였다. 황이진의 뒤에는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두 명의 작업자가 따라오고 있었고 그들은 새로운 온수기를 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집주인이 서 있었는데, 송유리를 보자마자 불만을 터뜨렸다. “온수기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참 까다롭다니까... 멀쩡하게 쓸 수 있는 건데 굳이 교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자 황이진은 전혀 기죽지 않고 응수했다. “본인이 가져가서 쓰세요. 유리는 돈을 내고 들어온 세입자예요. 왜 고장 난 온수기를 써야 하죠? 처음부터 그런 상태라고 설명했으면 유리 씨도 이 집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속여 먹지 마세요.” “아가씨! 온수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뜨거운 물도 나오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까 그게 문제죠! 얼른 교체하세요. 말해봤자 입만 아프실 거니까요!” 황이진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 집 월세가 자그마치 오십만 원이에요.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바로 나갈 겁니다!” 집주인은 마지못해 중얼거리며 작업자들에게 온수기를 빨리 교체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황이진은 송유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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