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2화
혜정후에 대한 자신의 뜻을 밝히는 원경릉
원경병은 정후부로 돌아가기 직전에 원경릉을 끌어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언니.”
언니라는 말에 원경릉은 마음이 약해졌다.
원경릉은 심사숙고한 끝에 역시 우문호가 시킨 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야는 초왕부에 계신가?” 원경릉이 기상궁에게 물었다.
“그럼요. 서재에 계십니다.”
“가서 좀 만나야겠어.” 원경릉은 옷 매무새를 고치고 문을 나섰다.
자욱한 저녁 안개가 마당을 노을 빛으로 물들이니 고요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부엌에선 밥짓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음식을 하느라 모여 있는 모습이 허구나 환상이 아닌 진실한 삶임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오늘 큰 일을 겪으며, 원경릉은 자신이 있는 시대에서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진정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서재에 도착하니 시녀가 막 식사를 차려 입구에 와있기에 원경릉이: “내가 할께!”
시녀는 예를 취하며, “예!”
원경릉이 식사를 들고 들어가자 안에는 초가 2자루 밝혀져 있는데 흔들흔들 한다.
우문호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바닥엔 망친 종이가 상당히 널브러져 있다. 원경릉이 밟으며 가다 보니 종이 마다 힘주어 “참을 인”이 써 있다.
발소리를 듣고 우문호가 고개를 들자, 촛불이 일렁여 우문호의 얼굴 그림자가 흔들리니 눈매가 또렷해 져 한층 엄숙하고 신중해 보인다.
거기에 눈꼬리에서 귀부분까지 이어지는 흉터가 살벌한 느낌을 가중시킨다.
“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붓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물었다.
원경릉은 식사를 교자상 위에 차려 놓고, 다가가서: “밥 먹을 시간이야.”
“안 먹어, 가져가!” 우문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원경릉은 ‘참을 인’자가 쓰여진 종이더미에 서서 양 손을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우리 얘기 좀 해.”
“방금 일에 관한 거면 얘기할 거 없어, 난 이미 결정했으니까.” 우문호가 냉담하게 말했다.
원경릉은 천천히 걸어가서 책상 반대편에서 우문호와 마주보고 간절하게: “참을 필요 없어. 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