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3화
혜정후의 눈동자가 살기에 가득찼다. 그는 피에 굶주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본후가 그날 장부에서 한 말이 기억나십니까? 본후가 네 목숨을 쥐락 펴락 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할 만큼 고통 속에 너를 살게하리라.”
혜정후의 몸에서 나던 피비린내가 더욱 짙어졌고, 그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찼다.
우문호는 절망감에 빠졌다.
‘원경릉은 죽었겠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우문호는 자신의 앞날은 걱정되지 않았다. 부황은 언제나 우문호를 못마땅해 왔지만 이러한 일로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있었다.
우문호는 막다른 길에 몰린 짐승처럼 애처롭지만 마지막까지 맹렬하게 싸울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만약 본왕이 철저하게 조사해 원경릉이 여기에 있었고, 후작의 손에 죽었다는 것을 밝혀진다면, 본왕은 후작의 뼛가루로 원경릉의 무덤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왕야는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되는줄 아시나 봅니다. 왕야는 지금부터 분주히 자기 앞가림부터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바쁘실테니 제 목숨은 나중에 생각하시지요.” 혜정후는 우문호가 가소롭다는 듯 크게 웃었다.
우문호는 이가 갈렸다. 우문호 평생에 있어 공주부에서 겪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이런 굴욕을 겪은 적이 었었다.
심복이 손을 모으고 앞으로 나와 혜정후 앞에 섰다. “후작나리. 지금 입궁하시겠습니까?”
혜정후는 웃음을 멈추고 심복에게 손짓했다.
“말을 준비하거라. 그리고 주수보님을 모셔오거라. 본후는 왕야와 함께 어전으로 가서 이 일을 논의해봐야겠다.”
“왕야…….”탕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철수하거라!” 우문호가 소리쳤다.
탕양은 지금까지 후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이 느껴졌다. 경조부 병사들도 우문호의 부름에 황송해하며 길을 나섰다가 지금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재수없는 상황에 처했다.
만약 문서 절도 죄가 확정이 된다면 이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장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일언반구 없이 모두 철수했다.
이 상황을 보고 있는 혜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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