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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미안하지만 참아줘

안지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그녀 앞으로 다가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배달 음식 봉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겨우 이걸 먹어요? 강찬우가 시연 씨에게 잘해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별로네요...” 성시연은 말하기 싫어 젓가락을 집어 들고 밥을 먹으려 했지만 안지수가 일부러 배달 음식을 바닥에 쓸어버렸다. 국물과 밥이 순식간에 쏟아져 어지럽게 됐다. 성시연은 어리둥절해졌다. “미쳤어요?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러는 거예요?” 안지수는 깔깔 웃었다.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라 당신이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잘못이에요.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물었어요? 나와 찬우 씨는 배경이 비슷하지만 고아인 당신이 무슨 방법으로 강씨 가문에 들어갔는지 몰라요? 내가 당신이라면 강씨 가문에 있지 못할 텐데.” 아픈 곳이 찔리자 성시연도 화가 치밀었지만 그래도 애써 참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병원이에요. 나가 주세요. 당신과 강찬우의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면 되니 저에게 화풀이할 필요 없어요.” 안지수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두 팔로 팔짱을 낀 채 두르며 도도하게 말했다. “화풀이 한다고요? 그럴 자격 없어요. 우린 차원이 다르고 난 그저 당신이 눈에 거슬렸을 뿐이에요. 예전에 내가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들여도 강찬우가 날 사랑하지 않는 건 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당신이 있어서 날 사랑할 수 없었던 거였어요. 지난 2년 반 동안 내가 한 노력은 다 헛수고였는데 이건 다 당신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 빚은 당신이랑 계산해야 하지 않겠어요?” 성시연은 어이가 없었다. 강찬우와 안지수가 연애하는지도 몰랐는데 이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안지수를 상대하기조차 귀찮아진 성시연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고 음식을 주문했다.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안지수는 노기등등해서 말했다. “당신 엄마는 손가락질받는 내연녀고 당신도 마찬가지로 좋은 여자는 아니예요. 착한 척 연기하지 말고 강찬우 옆에서 멀리 떨어져요.” 성시연은 동작을 멈추고 갑자기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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