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바뀔 수 없는 일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데다가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아 속이 텅 비어 괴로웠던 성시연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연아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소리쳤다.
이연아는 내키지 않은 것처럼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양손 가득 간식을 들고 왔다.
“강찬우는 밥도 안 줘? 전쟁터에서 뛰쳐나온 것 같아. 어떻게 사는 거야?”
성시연은 간식을 뜯어 허겁지겁 먹으며 어젯밤에 생긴 일의 자초지종을 모두 이연아에게 이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파렴치한 김민기의 본색도 여지없이 비웃었다.
이연아는 가십거리를 좋아했지만 성시연의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쳐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손에 있는 조각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두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너의 친아빠는 정말 파렴치하지만 돌이켜보면... 어쩌면 그분이 너희 둘을 맺어주지 않았어? 네가 어제 괴로워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강찬우와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을 거야. 직감적으로 어젯밤 일은 예전과 달랐어. 적어도 여자친구라는 신분을 말했잖아? 예전에 너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그저 몸을 섞는 파트너였을 뿐이야.”
성시연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내가 이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잖아? 김민기 따위로 내가 슬퍼할 것 같아? 지금 내가 혼란스러운 건 어젯밤에 도대체...”
이연아는 성시연의 휴대폰에 있는 그 오디오를 여러 번 재생한 후 결론을 내렸다.
“어젯밤에 분명히 함께 잤어. 이것을 너에게 보내주는 이유는 네가 이 일을 부인할까 봐 증거로 주는 거야. 알겠어? 네가 강찬우 씨의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문제가 있었다는 걸 설명해줘. 몇 걸음 안 된 거리에 너의 방이 있는데 왜 너를 방에 데려가지 않았겠어?”
“너의 친아빠와 계모가 괴롭힐 때 패기 있게 구해주는 모습을 보면 난 강찬우에 대한 선입견을 접을 것 같은데 넌 오히려 뭐가 걱정이야? 강찬우의 여자친구가 되는 게 너의 바람이 아니었어? 오랫동안 좋아했고 이제야 소원성취하게 됐으니 그만 만족해.”
‘소원성취일까?’
성시연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이연아가 말한 것처럼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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