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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다시 한번 꼬셔볼게

진현수가 이미 그들을 발견했기에 이젠 도망갈 곳이 없었다. 자리 잡고 앉자마자 성시연은 너무나 어색해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예전에 진현수 집에서 과외할 때도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는데...’ 이때 진현수가 그녀의 불편함을 눈치채고 차분히 말했다. “그냥 여행 왔다고 생각해. 친구랑 밥 먹으면서 얘기나 하는 거야.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아예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니잖아. 생각해보면... 꽤 오래됐지?” 그 말에 성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따스한 봄바람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의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이 마치 거울처럼 성시연의 ‘어둠’을 반사하는 것 같았다. 진현수는 아마도 성시연과 강찬우 사이에 무언가 있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과 과연 함께 할 수 있을까?’ 서로 오래 알고 지낸 덕에 대화할 것도 많지 않았다. 둘 다 말이 적은 편이라 주로 이연아가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이연아는 성시연에게 집 키를 달라고 하더니 핑계를 대며 먼저 사라졌다. 성시연은 밤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텔로 돌아갈 거야?” 진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이른데 같이 걸을래?” 성시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도로를 따라 목적 없이 걸었다. 이연아가 사라지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결국 진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단발도 잘 어울리네. 그래도 예쁜 머리 자른 건 좀 아쉽다.” 그 말에 성시연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칭찬 고마워... 난 연아가 너한테 연락할 줄 몰랐어.” 그러자 진현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몰랐어? 사실 난 연아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를 불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성시연은 바로 그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더는 망설이는 게 자신답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 연애는 안 해봤어. 근데 너도 알겠지만 나랑 강찬우 사이에 뭔가 있었어... 그런데도 괜찮겠어?” 진현수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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