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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가진 건 돈뿐

지금 이 순간 성시연의 머릿속에는 강찬우가 가진 게 돈뿐이라 제멋대로 군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몇 년 동안 강씨 가문에서 지내며 강준석은 늘 성시연에게 잘해주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얹혀살고 있는 신분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성시연은 강씨 가문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았고 강씨 가문의 재력이 어떤지 제대로 모를뿐더러 모호한 개념만 가지고 있었다. 이제 보니 강씨 가문의 재력은 성시연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 같았다. 강찬우는 말했던 대로 10분 뒤에 칼같이 일어나 방금 전 지치고 피곤해 보이던 표정을 지우고 느긋한 얼굴로 외출했다. 그에 성시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강찬우가 집에서 나갔으니 마침내 성시연에게 개인 공간이 생겼고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전에 성시연은 자신과 진현수의 사건에 대해 인터넷상의 후속처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사실 진현수가 깔끔하게 처리해 성시연이 떠나던 날, 인터넷에서 더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성시연이 신경 썼던 것은 인터넷상의 여론이 아니라 강찬우의 불신이었다. 지금까지도 성시연은 호텔 밖에서 밤새도록 강찬우를 기다리던 그날 밤의 매서운 추위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그 사건은 성시연이 강씨 가문을 빨리 벗어나도록 만든 도화선에 불과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성시연은 그렇게 빨리 떠날 결심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밤에 성시연이 잠들 때까지도 강찬우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이튿날 성시연이 일어났을 때, 강찬우는 깨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항상 시간이 엇갈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별로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었다. 성시연은 묵묵히 강찬우가 벗어놓은 옷을 깨끗이 빨아 말린 후, 아침 준비를 하고 메모를 남긴 다음 병원으로 출근했다. 지금 성시연이 일하고 있는 해주시의 병원은 업무량이 많았다. 강현시에 있을 때처럼 개인병원이 아닌 데다가 마을 병원처럼 여유로운 분위기를 기대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현재 병원의 심장외과에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 성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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