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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내 곁을 떠나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계획을 세운 거야?

성시연은 모순되는 감정과 고민 속에서 뒤척이다 동쪽 하늘이 점점 어슴푸레 밝아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화창한 오후가 되어 있었다. 늦잠을 자느라 병원에 출근을 하지 않았으니 병원장이 전화로 욕설을 퍼부을 것이라는 성시연의 예상과 달리 뜻밖에도 병원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마당으로 나와 씻고 있는 성시연의 뒤로 서유천이 꼬리처럼 달라붙으며 의기양양한 어투로 말했다. “내가 너 떠나지 못할 거라고 했지?” 서유천의 말에 칫솔을 하던 성시연은 심사가 뒤틀려 그의 얼굴에 거품을 뿜고 싶었다. 대체 서유천은 무슨 근거로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자신하는 것인지 몰랐다. 비록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성시연의 마음은 이미 당분간 이곳에 머무는 쪽으로 한껏 기울어진 상태였다. 성시연은 서유천의 집을 떠나더라도 강찬우가 자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라 여기지 않도록 그가 간 뒤에 이 집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항상 그렇듯 좋은 날씨는 길게 지속되지 않았고 며칠간 이어지던 맑은 날씨 끝에 마침내 폭우가 쏟아졌다. 굵은 빗줄기가 포도나무 받침대 위로 거세게 쏟아졌다. 갓 열매를 맺기 시작한 포도 넝쿨은 빗줄기를 버티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덜 익은 열매들이 가득 떨어졌다. 서유천의 집의 유일한 단점은 방음이었다.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성시연은 우산을 들고 포도나무 받침대 아래로 향했다. 그녀는 차가운 빗물을 밟으며 어렸을 적 물놀이를 하다가 어머니한테 혼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성시연의 어머니는 성격이 온화해 훈계를 할 때조차 부드러운 목소리로 혼을 냈다. 애석하게도 성시연의 어머니는 성시연의 옆에 불과 5년밖에 있어주지 못했고 이로 인해 성시연은 어머니에 대해 자세하게 기억할 겨를이 없었다. 이때 갑자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강찬우의 방문이 열렸다. 이내 처마 밑으로 걸어간 강찬우는 담배에 불을 붙였고 시뻘건 불빛이 번쩍이며 잘생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뿌연 담배 연기가 공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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