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5장 먼지로 뒤덮인 연애편지

또 한 장은 아주 잘생긴 남자와 엄마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그 남자는 전혀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직감이 말해주길 이분이 바로 친아빠였다. 편지는 대부분 엄마가 친아빠에게 썼지만 부치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안에 물건을 싹 정리하다가 갑자기 맨 밑에서 봉투가 없는 편지를 한 장 발견했다. 궁금한 마음으로 그 편지를 펼쳤고 강준석 이름 석 자를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건 강준석이 성시연 엄마에게 쓴 유일한 편지였다. 강인한 필체로 엄마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고스란히 쏟아냈다... 성시연은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다. ‘그러니까 엄마랑 찬우 씨 아빠가 정말 뭔가 있었단 거잖아?’ 적어도 강준석은 성시연의 엄마를 무척 좋아했다. 그해 엄마가 궁지에 몰려 갈 곳이 없을 때 그녀를 강씨 가문에 맡기려고 마지막 남은 시간을 강준석과 함께 보냈을지도 모른다... 성시연이 오랜 시간 감히 입증할 수 없었던 것들이 이 상자를 열고 나서 어렴풋이 해답을 찾은 것만 같았다. 그동안 강찬우가 그녀를 향한 냉랭함과 증오는 전혀 억울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성시연은 이 남자가 먼저 상자를 열어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남 보이기 부끄러운 이런 물건들을 그에게 들키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성시연은 깊은 죄책감에 휩싸였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너무 찔려서 한순간 어떻게 강찬우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문득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났다. 강찬우가 외출한 걸까? 그녀는 창가로 다가와 멀어져가는 강찬우의 차를 바라봤다. 휘몰아치는 죄책감 때문에 먼저 그에게 다가가고 싶고 그동안 받았을 상처를 보상해주고 싶지만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이 늦은 밤에 어디 가는 거예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강찬우한테서 답장이 왔다. 물론 짧디짧은 두 글자이지만 말이다. [출장.] 그녀는 또다시 꼼꼼하게 답장을 보냈다. [방금 술 마셨어요. 혼자 운전하지 말아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친절함은 당연히 정상일 리가 없지만 강찬우도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밤은 잠 못 이룰 게 뻔했다. 성시연은 커다란 강씨 저택에서 복잡한 마음을 달랬다. 그녀는 애초에 이곳에 나타나지를 말았어야 했다. 바로 그녀 때문에 강찬우는 소중했던 모든 걸 잃게 됐다. 만약 그녀가 없었더라면 엄마도 어쩌면 강씨 저택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을 텐데. 슬픔과 걱정에 휩싸인 그녀는 누군가에게 하소연이 필요해 절친 이연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아야, 지금 어디야? 잠깐 나올 수 있어?” 이연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불만을 토로했다. “성시연! 평소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드디어 내 생각 난 거야? 한가한 게 죄지. 우리 바쁘신 시연 님께서 간만에 데이트 신청하니 만나주는 수밖에. 장소 보내, 그리로 갈게.” ... 더제로 문 앞에서 두 여자가 만났다. 이연아는 흰색 후드에 캐쥬얼한 옷차림으로 나왔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후드에 가려진 채 술집이라는 팻말을 본 순간 약간 말문이 막혔다. “네가 이런 곳에는 절대 안 올 거라 확신했는데, 위치 보낼 때까지 그냥 근처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짜 들어가게? 지금 이 옷차림으로 술집에 들어가라고?!” 이때 성시연이 수수하게 차려입은 옷을 만지작거렸다. “뭐 어때? 나도 똑같이 편한 옷차림이잖아. 그냥 기분이 좀 꿀꿀해서 술 마시고 싶었을 뿐이야. 함께 마셔줄 사람은 너밖에 없었고...” 이연아는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얌전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성시연은 얼른 팔짱을 끼고 나란히 술집으로 들어갔다. 성시연은 애초에 이곳에 놀러 온 게 아니었기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구석진 자리로 들어갔다. 술을 시키고 이연아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말해, 무슨 일이야? 강찬우가 또 기분 나쁘게 했어? 그러니까 그 인간 빨리 차버리라고. 왜 허구한 날 미움을 자초하는 건데?”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