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촬영 시작 전, 어딘가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저 남자… 한우현 같은데?
나는 잠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선아와 만난 뒤로 한우현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뒤로는 수많은 땀방울과 노력이 들어가야만 그 화려한 1분을 맞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한우현에게 있는 게 무엇이던가?
그나마 얼굴이 볼만하지 다른 재능은 정말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접으려는데 진행을 담당한 사람이 한우현의 이름을 불렀다.
무려 가장 먼저 무대에 서는 사람이었다.
“인터넷 초기 투표에 따라 무대에 서는 거 아니었나?”
나는 차갑게 비서를 쳐다봤다. 비서는 땀방울을 닦으며 말했다.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대표님.”
“제작진에서 미리 준 투표 결과로는 아린이라는 사람의 차례입니다. 음색이 몽환적이라 커버한 곡들도 원곡에 지지 않아 기본 팬층이 탄탄한 사람이에요.”
“아린은 팬들의 소원 때문에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라 뒤늦게 투표에 참여했는데도 종료 시점에는 2등과 압도적인 표 차이를 보였습니다….”
비서는 입술만 달싹였다.
“좋아.”
나의 표정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감히 내 눈앞에서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이 투표 결과가 등장 순서에 대놓고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기뻐해야 하는 건가?”
나의 분위기가 너무 저기압이었던 탓에 비서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가서 프로그램 책임자 데려와!”
나는 차갑게 명령했다.
무대 위의 한우현은 요즘 유행하는 발라드를 부르고 있었다.
이따금씩 카메라가 있는 쪽을 향해 아주 느끼하게 윙크까지 해대고 있엇다.
첫곡이 마무리가 될 때쯤에야 담당자가 황급히 달려왔다.
“대표님, 오실 줄 모르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부하듯 조아리는 책임자의 말을 나는 짜증스레 끊었다.
“됐습니다.”
“오늘 첫 오디션 현장 어떻게 된 겁니까?”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단순 실수라고 하지 마시고. 전 제작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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