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학교의 커뮤니티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빅뉴스가 터져 나왔다.
한우현이 새로운 학교 퀸카 임선아에게 공개 고백을 한 것이다.
그 밑에는 선명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한우현은 저렴한 꽃을 든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임선아는 입을 가린 채 부끄러운 듯 웃고 있었다.
다만 축복하는 게시글과는 달리 댓글은 전부 비난이었다.
[한우현은 그냥 쓰레기잖아. 학교에서 제일 가는 쓰레기임. 법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다리 분질러놨지.]
[아니, 한우현이 뭐라도 돼?]
[고백한 녀석 집도 빽도 없는데 이렇게도 된다고?]
대충 훑어보니 댓글은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임선아는 이미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지난 생에서 나는 임선아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사업뿐이었다.
나의 가문은 원체도 자금이 부족하지 않아 나는 언제든 돈을 이용해 더욱더 밝은 미래와 명예를 바꿀 수 있었다.
물론 임선아에게도 그럴 자격이 있었다.
내가 숙소를 떠나 차를 타고 학교를 떠나려는데 어쩌다 두 사람을 발견했다.
임선아는 한우현의 손을 잡은 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함께 걷는 내내 한우현은 우쭐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차에 시동을 걸려고 할 때 두 사람은 나를 발견했다.
임선아는 분노 가득한 얼굴을 했다.
“강효수! 뭐 하는 거야? 또 날 막으러 온 거야?”
난 그녀의 표정에 어리둥절해졌다.
“너 어디 아파?”
“무슨 뜻이야?”
그녀는 여전히 분노했다. 내가 이곳에 일부러 그녀를 막기 위해 찾아온 거로 착각한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이야, 이거 네 옛 애인 아니야?”
한우현이 옆에서 비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현아 내 말 들어 봐!”
나를 언급하자 임선아는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 쟤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전에 그 얘기는 다 쟤가 지어낸 헛소문이야!”
그 해명을 들은 나는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내가 헛소문을 냈다고?”
“임선아, 똑똑히 들어. 난 원래도 너랑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어. 역겹게 굴지 마.”
그 말만을 남긴 채 나는 곧바로 시동을 걸고 자리를 떴다.
백미러로 확인해 보니 임선아는 치맛자락을 들더니 힘겹게 한우현의 스쿠터에 올라타고 있었다.
인선아는 그런 것에 타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우스운지 서커스단의 원숭이 같았다.
그리고 내가 교문을 나갈 때 한우현의 스쿠터가 내 차 옆에 멈춰 섰다.
고개를 든 한우현은 나를 향해 휘바람을 불었다.
기세가 등등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임선아가 그의 전리품이라도 된 듯 나에게 자랑하는 모양새였다.
임선아는 고개를 한우현의 등에 폭 파묻은 채 양손으로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우연이네?”
한우현이 도발하듯 말했다.
“그렇네.”\나는 평온하게 대꾸했다.
임선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스쿠터의 바람이 익숙하지 않은 듯 조금 애원하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우리 시내로 나갈 건데 우리 태워주면 안 돼?”
나는 그녀를 흘깃 쳐다봤다.
“가는 길이 아니라서.”
말을 마친 나는 차창문을 올렸다.
창밖, 임선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다시 차를 운전하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확실히 같은 길이 아니었다.
일찍이 임선아가 나를 치는 걸로 한우현의 복수를 해주구었을 때 우리는 이미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설령 그녀와 나는 가문끼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적이었다.
임씨가문에 딸이라고는 임선아 하나뿐이었기에 나와는 어렸을 때부터 혼약이 정해진 사이였다.
그 당시에 고려한 것은 앞으로 두 가문의 사업은 나와 임선아가 함께 관리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자주 당부를 하시곤 했었다.
임선아는 나의 미래의 아내이니 무엇이든 다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남겨주고 그녀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그녀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은 남자로서의 책임감이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을 지난 20년간 나는 전부 수행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미래의 어느 날에 임선아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진심을 다해 아끼던 여자의 손에 죽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은 바뀌었다.
임씨 가문의 물건을 임선아가 지키지 못하겠다면 난 전부 그대로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임선아, 스스로를 깎아내리겠다면 원하는 대로 두지!
나는 임씨 가문의 두 어르신이 울면서 내게 비는 꼴이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일찍이 내가 환생했을 때부터 운명의 수레바퀴는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차가 막 고속도로를 탔을 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