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임선아와 우리 집은 가문끼리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로 어렸을 때에 약혼을 한 사이였다.
그러나 나의 약혼녀인 그녀는 대학의 유명한 쓰레기남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가 사기를 당하지 않게 지켜주기 위해 나는 인맥을 동원해 전학을 보냈으나 졸업 전야에 트럭이 나를 덮쳤다.
그녀는 나를 깔보듯 내려다 쳐다봤다.
“뭔데 내가 어렸을 때 누구랑 결혼할지를 정하는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난 진작에 내 사랑을 찾았어!”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대학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날티 가득한 쓰레기남이 나에게 물었다.
“네가 선아 약혼자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아니야.”
……
그 눈 부신 빛이 나를 내리쬤을 때 나는 손을 들어 두 눈을 가렸다.
나… 환생한 건가?!
날티 가득한 남학생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
“네가 선아 약혼자야?”
눈앞의 익숙한 얼굴을 본 나는 속으로 냉소했다.
“나 아니야. 헛소문이야 그거.”
“아하.”
남자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그럼 선아는 이제 내 거야. 예전에 선아랑 무슨 사이였던 간에 앞으로는 얌전하게 지내.”
그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들은 나는 눈을 흘겼다.
“그러시든지?”
남자는 사람들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멀어졋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저 남자는 한우현으로, 학교에서 유명한 쓰레기남이었다.
우리보다 한 기수가 높은데 소문에는 대학 입학하자마자 여자를 임신시켰다고 한다.
당시 하마터면 퇴학을 당할 뻔했지만 그 여자가 울고불고하면서 그의 탓이 아니라고 한 탓에 그는 계속 학교에 남을 수 있었다.
비록 한우현은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았지만 그의 일은 아주 유명해졌었다.
심지어 종국에 그 여자는 낙태로 인해 퇴학까지 당했었다.
임선아가 바로 그의 목표 중 하나였다.
전생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막았었지만 돌아온 것은 임선아의 더욱더 큰 원망과 보복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죽기 전, 임선아는 예상대로 그 한우현과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할 수가 있어?”
귓가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렷다.
고개를 들어보니 임선아의 친구인 염아연이 나를 향해 질책을 던지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쓰레기가 임선아에게 접근하게 둘 수가 있어?”
나는 그녀를 흘깃 쳐다봤다.
“임선아가 싫다고 하는 거 봤어?”
“아니, 임선아가 좋다고 하든 말든, 애가 구렁텅이로 빠지는 거 두고만 볼 거야?”
“한우현이 어떤 사람인지 온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쓰레기 자식….”
그녀가 아직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때,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만, 한우현이 쓰레기라는 걸 다들 아는데, 임선아라고 모르겠어?”
내 대답을 들은 염아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선아가 원래 남한테 휘둘리기 쉬운 성격이라는 거 몰라?”
나는 내내 염아연의 두 눈을 주시했다.
“걘 성인이야.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할 줄 알아.”
말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염아연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쳤어! 너 어렸을 때부터 임선아랑 약혼한 사이 아니야?”
나는 손을 내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건 어른들의 악습이야. 지금이 어느 시댄데, 법치 사회에선 그런 거 필요 없어.”
학교 식당을 나선 나는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걘 성인이야.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할 줄 알아.]
이 말은 전생에서 임선아가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한우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난 이미 성인이야! 나에겐 선택과 판단할 자격이 있어.”
나는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낸 뒤 사람을 보내 한우현의 손을 부러트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나의 모든 인맥을 사용해 힘겹게 임선아를 다른 학교로 편입을 시켰었다.
그러나 임선아는 그날부터 나를 뼈에 사무치게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간 뒤에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한우현과 만나려고 했다.
그녀는 나를 미워했고 가장 자주 했던 말이 바로 나만 아니었으면 행복할 수 있었다라는 말이었다.
이 원한을 언젠가는 갚게 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4년 뒤, 졸업할 때, 그녀는 공사장의 대형 트럭 기사를 매수해 내가 매일 반드시 지나가는 길에서 나를 차로 치어버렸다.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던 나를 보며 그녀는 온화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자기야라고 불렀었다.
이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나는 다시는 그녀의 운명과 선택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한우현이 그녀의 선택이라면 나는 존중할 생각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복수도 할 것이다!
나를 죽였으니 임선아에게 죽음보다 백배는 더 고통스러운 맛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두운 밤의 장막 사이로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