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이석훈은 휴대폰을 한 번 확인하더니 일어섰다.
“복구 중이라서 당분간 전기가 안 들어올 것 같아요. 먼저 가서 쉬어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강다인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더듬거렸다. 그때 옆에서 길고 늘씬한 손이 그녀 쪽으로 뻗어왔다.
잠시 쳐다보더니 이석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 지팡이 꼭 잡아요. 넘어지면 안 됩니다.”
강다인은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필요 없어요.”
그러나 발을 내딛자마자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혀서 얼굴을 찌푸렸다.
“잠깐만 앉아봐요. 어디 다친 건지 볼게요.”
이석훈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휴대폰 손전등으로 그녀의 발을 비췄다.
강다인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이 그의 옆모습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원래도 이목구비가 훌륭했지만 이 각도로 보니 더욱 잘생겨 보였다.
강다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생님, 여자친구 있으세요?”
이석훈은 고개를 들어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없어요.”
“그럼 여자친구를 찾을 때 조건 같은 건 있나요?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왜 그런 걸 묻죠?”
“궁금해서요. 선생님처럼 잘생기신 분이 여자친구가 없다니. 저번에 식당에서 어떤 예쁜 여자분과 식사하시는 거 봤거든요.”
이석훈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강다인을 바라보았다.
“그걸 봤어요?”
강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분은 누구세요?”
“그냥 친구입니다.”
“정말로 친구인가요?”
그러자 이석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머리는 잘 못 쓰면서 쓸데없는 소리는 많군요.”
강다인은 그의 옆에서 따라가며 손목에 닿은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녀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에게 여자친구가 없다고? 그럼 혹시 내가 고백하면 가능성이 있을까?’
강다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이석훈은 워낙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으니 괜히 거절당해서 지금 관계마저 망치는 건 싫었다.
이석훈은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다주고는 문 앞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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