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강서준은 단지 낯선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곧 강다인은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이석훈이 서 있었다. 이석훈은 검은 우산을 들고 조용히 강다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다인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이석훈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께 부탁해서 필통을 전달해 주신 거예요?”
이석훈은 강다인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보며 이번 일이 강다인의 마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
이석훈은 내심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정말 고마워요. 큰 도움이 됐어요.”
강다인은 그렇게 말한 뒤에 배를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저 배고픈데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오후에 전 또 시험 준비를 해야 해요.”
강다인은 차에 탄 뒤 밖에서 들려오는 강서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다인아, 너 어디 가는 거야? 나랑 얘기 좀 해.”
강서준은 차 문을 붙잡으며 차 안에 있는 강다인을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강다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강서준은 차를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아니, 힘을 풀지 못했다.
강서준은 일단 손을 놓으면 강다인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옆에 있던 고준성은 더 이상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앞으로 다가가 강서준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이 봐요. 지금 이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내가 다인이 오빠인데 당신들이야말로 무슨 짓이야?”
강서준은 조금 이성을 잃었다.
고준성은 비웃으며 말했다.
“도움은커녕 피해만 주는 오빠가 어디 있어요? 다인 학생의 필통은 그쪽이 준비해 준 거 아니에요? 근데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장이 납니까? 그러고는 자신만만하게 기다려달라고 했으면서 결국 늦었잖아요. 그쪽 가문 사람들 마음씨는 왜 이렇게 악랄해요?”
고준성은 이번 일을 직접 목격하고 강다인이 겪은 비참한 상황에 참을 수 없었다.
‘이게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누가 봐도 볼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강서준은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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