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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강다인은 입을 가리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얇은 체구로 폐를 토해낼 것 같은 기침이었다. 그런데도 강하늘의 말은 듣기 안 좋았다. “네가 병 핑계를 대며 약한 척하면 내가 안 혼낼 줄 알아? 내가 학교에서 지우를 잘 돌보고, 물 떠주고, 밥도 챙겨주라고 했지? 근데 네가 한 건 뭐야? 오히려 아픈 애를 시켜서 네 밥을 가져오게 했다고? 그것도 모자라 고마워하기는커녕 일부러 지우를 넘어뜨리다니, 네 양심은 개한테나 줬어?” 강다인은 억울함에 기침을 참아가며 말했다. “내가 밀친 게 아니야. 김지우가 스스로...” “설마 지우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다고 말하려는 거야? 그런 서투른 변명을 내가 믿을 것 같아? 당장 일부러 그런 거라고 인정해!” 강다인의 눈가가 붉어지며 등을 뻣뻣이 세웠다. “인정 못 해.” 짝! 강하늘이 서슴없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타들어 가는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얼굴의 아픔보다 마음속의 상처가 더 컸다. 너무 아파서 이제는 무뎌질 지경이었다. “왜 애한테 손을 대?” 강서준이 성큼성큼 들어와서 분노에 찬 강하늘을 붙잡았다. “얘가 독한 짓을 하고 인정하지 않잖아. 나한텐 얘처럼 잔인하고 뻔뻔한 동생 없어.” 문 앞에 서 있는 김지우는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 말했다. “하늘 오빠, 제가 잘못한 거라니까요. 언니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지우 넌 너무 착해. 하지만 오늘은 반드시 강다인을 혼내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나쁜 길로 빠질지도 몰라!” 강하늘이 다시 손을 들려고 했을 때, 이석훈이 의자를 밀어 거친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다인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이석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책상에 기대어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들이 다인 학생 보호자예요?” 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는 다인이 오빠입니다.” “다인 학생은 열이 39도까지 올랐어요. 감염이 의심되니 추가 검사가 필요해요. 그리고 저혈당에 영양실조도 있어요” 강하늘은 당황했다. “진짜 아픈 거야?” 그는 강다인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꾀병을 부리는 줄로만 알았다. 이석훈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거라면 그쪽 눈부터 검사해야겠네요. 남인 저도 눈에 뻔히 보이는 걸 가족인 그쪽이 몰랐다고요.” 창백한 얼굴에 병색이 완연한데도 아픈 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강하늘은 당황하며 외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석훈은 차갑게 대꾸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무리 입양한 동생이라고 해도 가족으로 데려갔으면 책임을 져야죠.” 입양한 동생이라는 말에 강다인의 눈빛에 조소가 번졌다. 강서준은 재빨리 변명했다. “저희 친남매입니다. 입양한 게 아니에요.” 이석훈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건 돋보기를 써도 알아볼 수 없겠네요. 보호자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미성년자 폭행으로 신고했을 겁니다.” 강하늘은 강다인의 붉게 부은 얼굴을 보고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난 얘를 가르치는 거예요!” 강서준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강다인이 건강한 줄로만 알았다. 김지우처럼 물에 빠져 병에 걸릴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강하늘은 이석훈을 쳐다보며 비웃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얘는 원래도 꾀병 부리기를 좋아하는 애예요. 이번에도 일부러 우리 지우를 다치게 했고요. 지우 아버지는 얘를 구하려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런 사람의 딸을 괴롭히는 걸 보면 차라리 내가 죽여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강다인은 목이 불에 덴 듯 아팠지만 변명하려던 말조차 삼켰다. 어차피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들은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김지우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게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너무 서툴러서 언니가 시키는 일을 잘하지 못했어요.” 이석훈은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래, 네 잘못이네. 아픈 몸으로 학교는 왜 와? 아프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지 말았어야지. 약한 척 정당성을 주장하면 다 맞는 줄 알아?” 강다인은 눈을 크게 뜨고 이석훈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내 편을 들어 준 거야? 나를 믿어주는 건가?’ 그녀의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낯선 사람조차도 당연히 아는 이치를 그녀의 오빠들은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김지우를 아끼는 마음에 모르는 척했을 뿐이다. 김지우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더니 이를 악물었다. ‘이 인간이 왜 이래?’ 그녀는 자신이 병든 몸으로 강다인을 위해 밥을 가져다주려 했다는 사실에 감동하지 않은 의사의 태도에 당황했다. 이전에는 늘 통했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김지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며 억울해 보이는 척했다. 그러자 강하늘이 그녀를 감싸며 말했다. “아픈 몸으로 수업에 나온 건 고작 100일도 남지 않은 수능 때문이에요. 수업을 빠질 순 없잖아요. 그리고 우리 지우는 항상 강다인이랑 친해지려고 했어요. 그 호의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이 잘못된 거죠.” 강다인은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강하늘은 그녀에게 김지우를 잘 보살피라고 신신당부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면 그녀는 학업에는 지장이 없단 말인가? 그가 말한 100일도 남지 않은 수능이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시험은 김지우의 시험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강서준이 입을 열었다. “하늘아, 우선 지우를 데리고 가서 상처부터 치료하자.” “형!” “내 말도 안 들을 거야?” 강하늘은 입을 닫고 김지우를 데리고 떠났다. 보건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우를 돌보고 싶지 않으면 그렇다고 말해. 뒤에서 몰래 괴롭히는 짓은 그만해.” 강다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이 너무 아파서 무슨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불을 당겨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더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네가 계속 이렇게 하면, 나도 더는 너를 감싸줄 수 없어.” 강서준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잡아당겼다. “우선 나랑 집에 가서 얘기하자.” 그는 오늘 반드시 강다인과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꿎은 김지우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이때 이석훈이 그의 팔을 붙잡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수액을 다 맞을 때까지 못 갑니다.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려요.” 이석훈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의 말투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 강다연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강서준의 앞에서 이석훈의 등은 산처럼 든든해 보였다. 그녀는 그의 손목에 난 흉터를 보았다. 흉터는 새빨갛고 보기 흉했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을 끌었다. 그녀의 다리에도 비슷한 흉터가 있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남은 흉터였다. ‘혹시 선생님도 교통사고를 겪은 걸까?’ 강서준은 전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저는 다인이 오빠이자 보호자입니다. 지금 당장 집에 데리고 가야겠어요. 가정의가 있어요.” “가정의가 있다면 왜 열을 지금까지 방치한 거죠?” 강서준은 강다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미안함을 느꼈다. “그건 말하지 않은 다인이 잘못이에요.” 그는 아침에도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려고 했지만 먼저 피한 건 강다인이다. 그게 어떻게 그의 잘못인가? ‘역시 일부러 병을 키워서 책임을 피하려고 했던 거겠지.’ 이석훈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보세요. 자꾸 강제로 내 학생을 데려가려고 한다면 미성년자 학대로 신고하겠습니다. 그리고 법에 따라, 가정 폭력을 겪는 아이는 신변 보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얘 친오빠이자 보호자라고 했어요!” “친오빠면 학대를 안 하나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CCTV도 똑똑히 봤어요. 판단은 경찰이 하겠죠.” 이석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다인 학생은 당신들과 함께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강요할 자격 없어요.” 강다인은 가슴이 울렁거리며 몰래 자신을 지켜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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