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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강다인은 통로에 서서 강별과 눈이 마주쳤다. 강별은 어색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먼저 말했다. “비웃으러 온 거야? 재밌어? 사람들이 우리 가족 팀을 비웃는 거 보니까 만족스러워?” 강다인은 그저 차갑게 응수했다. “그런 말 할 시간에 실력을 키우는 게 낫겠지.” 그때 네온 플레임 팀도 백스테이지로 들어왔고 강다인은 방금 거친 말을 내뱉었던 그 리더를 노려보았다. “질문 하나 할게요. 혹시 고아예요? 부모님이 안 계시나 봐요?” 네온 플레임의 리더는 얼굴을 굳히며 반문했다. “뭐야,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요. 입이 그렇게 거친 걸 보면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예의범절을 배울 기회가 없었나 싶어서요.” 그 말에 네온 플레임의 리더는 얼굴이 벌게지며 소리쳤다. “이 미친년이, 다시 한번 말해 봐!” 강다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 너희 팀이 진다면 기자들 앞에서 내 부모님에 대한 네 막말에 대해 사과해.” 상대 팀 리더는 비웃음을 띠며 강다인의 말을 받아쳤다. “우리가 질 거라고?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강다인은 도발을 이어갔다. “뭐야, 못 하겠어? 겁나서 도망가려는 거야?” 그렇게 자극하자 네온 플레임의 리더가 바로 걸려들었다. “좋아, 대신 너희 팀이 지면 너희 리더도 기자들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해!” 네온 플레임 팀은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떠났다. 강다인은 매우 침착했다. 이미 승리할 방안이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강인 크루의 분위기는 심히 어색해졌다. “지면 네가 알아서 사과해. 넌 우리 팀원도 아니잖아. 누구 맘대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거냐고.” 강별이 화난 목소리로 쏘아붙이자 강다인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난 단지 저 사람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바로 그때 강서준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다인아, 여기 와줘서 고마워. 드디어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네.” 강다인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서준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지우는?” 강별은 얼굴을 잔뜩 굳히며 말했다. “몰라. 조금 전에 한 소리 들었다고 도망쳤어.” 팀원들이 나서서 변명했다. “지우도 이기고 싶어서 그래.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나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잖아.” “맞아. 지우는 정말 열심히 했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연습하는 거 나도 여러 번 봤어.” “별아, 아까는 네가 말을 좀 심하게 했어. 지우도 긴장해서 실수한 거잖아.” 강별은 답답한 듯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내가 대체 뭘 심하게 말했다는 거야?’ 김지우는 분명히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애초에 김지우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팀에 넣어줬는데 재능이 없으면 당연히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방금 김지우가 실수해서 팀의 리더로서 한마디 한 게 잘못이란 말인가? 그때 강다인이 한마디 던졌다. “맞아. 지우는 공부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팀을 위해 노력했는데 오빠가 그렇게 몰아세우면 안 되지. 오빠는 경기 하나 졌을 뿐인데 지우는 자존심을 잃은 거잖아.” 강별은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다 뭔 소리야. 왜 다들 날 몰아붙이는 거야? 지우가 잘못했는데 내가 왜 비난받아야 해?’ 강서준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아, 너도 성격 좀 죽여야지. 예전에 다인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네가 그렇게 몰아붙이니까 상처받고 나갔잖아. 지우까지 그렇게 만들 거야?” “형, 이건 다르잖아. 분명히 지우가...” “됐어. 나도 아까 경기 생중계를 봤는데, 네가 팀을 함정으로 끌고 간 게 문제였어. 리더로서 책임을 져야지. 지우는 단지 상황이 급해서 실수한 거고.” 강별은 그저 한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뭐라고 말해도 강서준은 끝내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편 강다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드디어 강별도 그녀가 겪었던 그 기분을 제대로 맛보게 된 셈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억울함과 무력함, 그리고 오해받는 기분. 너도 한번 똑같이 느껴봐.’ 강서준은 김지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지우는 놔두고 우리 경기에 집중하자.” 강다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면 나머지 모든 전략은 내 지시대로 따라야 할 거야.” 강별이 단박에 반박했다. “뭐? 네 말대로 하라고? 왜 우리가 그래야 하는데?” 강다인의 눈빛은 밤하늘처럼 깊고 어두웠다. “내가 이길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강다인은 침착하게 그녀의 생각과 계획을 이야기했다. 방금 경기를 지켜보며 강인 크루의 멤버들이 가진 능력과 특징을 분석했고 과거에 함께 훈련한 경험도 있어서 그녀는 누구보다 그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말만 번지르르하네. 누구라도 그렇게 큰소리는 칠 수 있거든? 너 요즘 제대로 훈련도 안 했잖아. 뭘 믿고 이긴다고 장담하는 건데?” 강다인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면 나는 경기를 포기할게.” 그러자 강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포기하려면 해. 네가 빠진다고 뭔가 달라질 줄 알아?” 강서준이 급히 중재에 나섰다. “지금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 다인이 말을 들어보자.” 강별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키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강다인은 김지우 대신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는 전생에서 그녀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헤드셋을 착용한 그녀의 눈빛은 예전과 달리 결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경기였다. 강인 크루의 교체 소식은 경기장을 술렁이게 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작은 논란이 일었고 이석훈은 2층 창가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때 고준성이 입을 열었다. “쟤 구경만 하러 온 거라며? 그런데 결국 경기에 뛰어들었네. 가족들이 아무리 편애해도, 역시 가족이 중요하긴 한가 봐.” “아니야. 쟤는 지금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이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강다인이 경기에 참여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강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위한 무대였다. 그녀의 빛은 이제 그녀 자신만의 것이었다. 경기 해설자가 흥분하며 외쳤다. “강인 크루에서 교체된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생소한 이름인데, 과연 실력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현재 강인 크루는 매우 불리한 상황입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봅시다.” 게임에 접속한 강다인은 김지우가 사용하던 계정을 빠르게 분석했다. 과거에 그녀가 주력으로 다뤘던 원거리 딜러 캐릭터와 동일했기에 적응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강다인은 미리 계획한 전략에 따라 자리를 지키며 적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강별이 갑자기 돌진하면서 팀의 위치가 들통나고 말았다. 강다인이 버럭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신경 꺼. 내가 알아서 해!” 강별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듯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적들에게 포위당했고 팀은 혼란에 빠졌다. 강다인은 차분히 명령했다. “서포터는 나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원래 계획대로 움직여.” 강다인은 대포를 들고 벽을 넘어 적진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움직임은 매끄럽고 치밀했다. 때로는 나타나 공격하고 때로는 그림자처럼 사라지며 상대의 흐름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해설자는 점점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 포격수의 실력, 정말 대단합니다! 신인의 플레이 같지가 않네요. 마치 베테랑의 움직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셨나요? 상대의 필살기를 예측하고 완벽히 피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예측이 가능한 거죠?” “와, 방금 공중에서 연속 점프하며 12연타를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은 전설적인 킹 선수만 할 수 있던 건데요. 이 신인이 이런 경지를 보여주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전설적인 킹의 이름이 다시금 회자되며 관중들의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킹은 여전히 현장에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신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은퇴한 지 오래되었지만 그의 전설은 변치 않고 남아 있었다. 관중들은 이 새로운 포격수가 킹과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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