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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게다가 허경태가 봤을 때 서윤아는 이미 할 만큼 했다. 결국 허경태는 박시훈의 비서에게 연락해 그를 병원으로 보내고 자신도 돌아갔다. 물론 자리를 뜨기 전 고민지를 흘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평생 남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제삼자를 혐오했다. 허경태가 돌아가고 나서도 고민지는 여전히 박시훈에게 달라붙으려다 그에게 밀쳐졌다. 그녀는 박시훈이 자신을 두고 가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쫓아가며 물었다. “시훈 오빠, 상처도 아직 다 안 나았는데 어디 가려는 거야.” 그에 박시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꺼지란 말 안 들려?” 그 날카로운 말투에 고민지는 박시훈이 자신을 손에 쥐고 흔들려고 한다고 느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다시 관계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서럽게 울며 말했다. “난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런 건데, 내가 그렇게 귀찮으면 그냥 갈게.” 하지만 고민지의 생각과 달리 지금의 박시훈은 서윤아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줄곧 자신을 사랑하던 서윤아가, 8년 전과 다름없던 서윤아가 왜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자신과 헤어지고 고수혁과 엮이게 된 건지… 한참을 생각하던 박시훈이 돌연 발걸음을 멈췄다. 우는 척하던 고민지는 박시훈이 진정됐다고 여기고 그가 자신을 달래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기대와 달리 급작스럽게 고개를 돌린 박시훈이 고민지의 팔을 부러트릴 기세로 억세게 잡아챘다. “네가 윤아한테 무슨 말 한 거지?!” 고민지를 노려보는 박시훈의 눈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 눈은 꼭 이미 고민지가 이 일의 원흉이라고 단정 지은 듯 보였다. 고민지가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억울해진 듯 불쌍한 낯을 하며 작게 꿍얼댔다. “시훈 오빠, 내가 윤아 언니한테 무슨 말을 해. 그때 윤아 언니는 오빠 옆에서 병실 지키고 있었고, 난 밖에서 계속 입원 수속 밟고 있어서 마주칠 시간도 없었는걸. 못 믿겠으면 병원 CCTV 확인해 보면 되잖아.”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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