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30분쯤 지났을까, 차가 서서히 멈췄고 고수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작은 언덕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었고 공기도 맑았다.
산책하기도 마음 정리하기에도 꽤 괜찮은 곳이었다.
서윤아는 작은 언덕 꼭대기에 앉아 도시 전경을 내려다봤다.
‘일찍 마음 접었으면 좋았을 것을.’
박시훈이 바람둥이인 걸 알고 있었으면서.
사람은 변하기 쉽지 않다고 했던가.
그녀의 청혼을 몇 번이고 거절할 때, 그때라도 알아챘다면, 그때라도 마음 정리했다면, 그랬다면 이렇게 아플 일은 없었을 텐데.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결혼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결혼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하지만 박시훈은 그 간단한 일조차 원치 않아 했고, 그건 결국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있어서 일터였다.
서윤아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앉아 있었다.
고수혁은 조용히 그녀 옆을 지켰다. 그리고 내심 그의 마음을 찌르던 후회를 곱씹었다.
‘그때 고백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돌아와서 윤아를 빼앗아 보기라도 했다면…’
그랬다면 윤아가 박시훈에게 상처받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시훈과 고수혁은 친구였고, 두 사람의 연애에 섣불리 끼어들 순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윤아는 박시훈과 헤어졌고, 박시훈은 제 여동생과 엮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수혁은 이제 자신이 서윤아를 가져도 된다는 하늘의 뜻처럼 느껴졌다.
“윤아야, 후회해?”
서윤아는 제 앞에서 박시훈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코 그 말을 꺼낸 고수혁에게 조금 화가 났다.
“선배,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어요?”
서윤아는 진심으로 화를 냈지만, 고수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서윤아가 그저 외면하는 게 아닌,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고 예전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내길 바랐다.
그렇게 해야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인생이든, 사랑이든.
안 그러면 서윤아는 앞으로 새로운 사랑에서도 예전의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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