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그녀가 건드리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 남자는 잠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두 손이 묶여 있는 그녀는 눈앞이 검은 천으로 뒤덮여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백아린은 힘껏 소리를 내었다.
“나 풀어주면 그 쪽한테 책임은 묻지 않을게!”
옆에 있는 사람이 오랫동안 다른 움직임이 없자 백아린은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다 낯익은 차가운 향기가 감돌자 백아린은 뒤늦게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니 이내 입술이 막혀버렸다!
“웁!”
그 남자의 당돌한 입맞춤에 백아린은 몸을 뒤틀며 거절하려 했지만 허리가 꽉 잡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남자의 혀를 깨물었고 입에서 피지린내가 나자 그 남자가 마침내 그녀를 풀어주었다.
자신이 술에 취한 줄 알고 박서준은 꿈에서 백아린이 자신의 곁에 온 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혀로 느껴지는 통증만으로는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박서준은 살짝 이마를 찌푸리며 혼자 입으로 중얼거렸다.
“꿈을 꾸고 있는 중에도 통증이 느껴지나?”
백아린은 띄엄띄엄 들리는 목소리로 누군지 분간할 시간도 없이 몸이 차가워지더니 옷이 낯선 남자에 의해 찢겨졌다!
“저리 안 꺼져!”
낯선 남자의 손길로 구역질이 나고 두렵기만 한 그녀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허나 그 남자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치맛자락 아래로 박서준의 손이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어딜 감히 건드려! 네가 누군지 내가 알아내기라도 하는 날엔 당장 죽여버릴 거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린 백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후회하고 있었다.
일시적인 충동으로 이렇게 뻔한 함정에 빠진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게 느껴진 것이다!
“이거 놓으라고! 건드리지 마... 웁!”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은 박서준의 입맞춤으로 전부 목구멍에 막혀 버렸다!
고요한 방 안에는 고통과 신음소리가 뒤섞였고 백아린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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