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백아린인 땅의 마른 가지를 밟고 막 나가려는데 박서준에게 손목이 잡혔다.
“내가 갈게.”
“네가?”
백아린은 박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봤더니 빳빳한 양복 차림이긴 하지만 돌멩이의 흙이 묻은 탓인지 더욱 처량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서준의 외모는 이곳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유난히 준수해 보였다.
그러니 그 누가 박서준하고 마주치더라도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는 것이다.
백아린은 비아냥거렸다.
“저기요. 박서준 씨, 그렇게 나갔다가 길을 물을 새도 없이 잡히겠어!”
“전에 왔던 적이 있어서 지세가 좀 익숙하니까 그냥 여기에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말을 마친 백아린은 곧장 걸어 나갔다.
다행히 오늘은 움직이기 편안한 운동복을 챙겨 입고 머리를 높게 묶은 그녀는 얼핏 보면 대학생과도 같아 보였다.
나와 거리를 누비고 있는 그녀의 아리따운 외모에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였지만 아무도 의심의 눈길은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백아린은 길을 재촉하던 아주머니를 붙잡고 물었다.
“이모, 혹시 하옥순이라고 불리는 할머니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제가 길이 잃어서 그러거든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백아린을 훑어보던 아주머니는 달콤한 그녀의 미소에 잠시 경계심을 풀었지만 여전히 몇 마디 더 물어보게 되었다.
“누군데 옥순 할머니를 찾아요?”
백아린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마 전에 하옥순 할머니를 찾아왔을 때 관절염에 걸린 다리를 치료해 줬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재검사를 해 주려고 온 건데 길을 잃어버렸지 뭐예요.”
“어머나! 아가씨가 바로 옥순 할머니의 다리를 치료해 준 분이셨구나!”
약간의 경계심을 표했던 아주머니는 순식간에 백아린의 손을 잡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씨가 우리 마을에서 얼마나 유명한지 알아요! 근 20년을 걷지도 못하던 다리가 아가씨 덕분에 회복됐으니 말이에요!”
“우리가 산 증인이걸랑요. 거동이 엄청 불편하던 옥순 할머니가 아니 어쩜 젊은이들처럼 힘차게 걷더라니까요. 아가씨가 참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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