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그녀는 아름답고 우아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 입체적인 얼굴 구조와 아름다운 외모는 이 동작으로 인해 볼살이 전혀 도드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고혹적이 비주얼이 그녀의 뛰어난 뼈대와 조화롭게 자라났다.
나른한 귀중함이 없는 곳은 없었다.
박서준은 의자를 빼고 자연스럽게 백아린의 옆자리를 앉아서 식탁의 주인석에 앉은 박진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올렸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저희가 늦었어요.”
박진철은 회중시계를 ‘탁’하고 잠그고, 마치 방금 전에 식탁에서 발생한 일을 못 본 듯, 못 들은 듯이 회중시계를 다시 앞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 나서는 전쟁터에서 명령하듯이 말했다.
“밥 먹어.”
이 말이 떨어지고 나서, 화려하고 엄숙한 식탁에서는 그제야 비로소 젓가락이 닿는 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 넓은 거실에서는 둔탁한 메아리가 은은하게 번지고 있었다.
본가의 요리는 백아린의 입맛에 잘 맞았다. 매번 가족 모임을 참석할 때마다 그녀의 침샘을 자극했다.
아쉽게도 그녀는 예전에 스스로를 어른스런 아내, 며느리, 손자며느리의 역할에 몰두했고, 또한 손희진은 인정이 없고 전통적인 것을 넘어서 거의 각박에 가까운 시어머니로, 그녀에게 식사할 때 규칙을 지켜야 하고 반찬도 챙겨야 하며 남편의 취향을 잘 살펴야 한다고 훈계했다.
남편이 움직이면 그의 식사를 시중들어야 하고, 남편이 움직이지 않으면 곧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절대로 한 입 더 먹어서는 아니되었다.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여태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실행해 왔지만, 박씨 집안 식구들의 좋은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사람은 일시적으로 어리석을 수 있지만, 평생 어리석을 수는 없다.
백아린은 젓가락을 집는 속도가 빨라서 눈이 아찔할 정도였다. 그녀는 특히 대하 소금 구이를 좋아하는데,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하가 올라왔어도 한참 동안 누구도 젓가락을 집지 않았다.
백아린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다른 요리보다 몇 젓가락을 더 집었다.
박서준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손희진이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
백아린이 자기 밥만 먹고 아들을 전혀 챙겨주지 않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은 불편하기 시작했고, 몇 번 헛기침을 하며 일깨웠지만 백아린은 전혀 자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자기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겁에 질리던 며느리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즐겁게 먹기만 했다.
“밥상에서도 밥상 나름의 예의가 있어. 특히 여자는 더욱 점잖고 절제해야 해. 밥상 위 한 가지 요리만 보고 젓가락질을 놓지 않고, 자기가 다 먹어버릴 것처럼 남에게 한 입도 남기지 않는 것은, 그저 길바닥에서 밥을 먹지 못한 노숙자만이 할 수 있는 행위야!"
백아린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고 가만히 손희진을 쳐다보았다.
손희진은 자기의 훈계가 이미 백아린에게 겁을 줘서 그녀가 마음이 언짢아져서 당장이라도 자기와 말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자기도 모르게 등을 쭉 펴서 백아린과 크게 말다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뜻밖에도 백아린은 ‘확’하고 소리를 내며 일어나서, 대하 소금 구이를 가리키며 식탁에 앉은 모든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대하 소금 구이를 먹고 싶은 사람 있어요?”
순간 식탁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백아린은 귀찮아하지도 않고 두 번 더 반복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대하 소금 구이 한 그릇을 통째로 자기 앞에 가져다 놓았다.
손희진은 순간 얼굴빛이 변하더니, 단정한 행세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한 채 백아린을 향해 꾸짖었다.
“너 대체 교양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느 집에서 밥 먹을 때 반찬을 직접 자기 앞에 놓는 사람이 있어?”
“역시 아랫것들은 이런 가장 기본적인 식사 예절도 모르다니, 나가서 우리 박씨 집안의 며느리라고 말 꺼내지도 말어, 창피해 죽겠네!:”
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티슈로 손을 닦고 말을 꺼내려고 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우선 말대꾸를 했다.
“아니, 아줌마, 당신은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만족하는 건가요?”
“요리가 식탁 위에 놓여있고, 내가 젓가락질을 해도 불쾌하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요리를 내 앞으로 가져다 놔도 불쾌하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포장해서 집에서 먹을까요?”
손희진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입술을 떨며 손가락으로 식탁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네가 요리를 가져가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내가 세 번이나 물어봤는데, 먹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먹는 건가요? 다들 안 먹어요.”
백아린은 어깨를 들썩했다.
“그래, 또 무슨 문제 있나요. 이왕 말하는 김에 한 번에 같이 털어놓아요, 제가 밥 먹는 데 방해하지 말고.”
한편 권은비는 즉시 서둘러 일어나서 손희진의 옆에 다가가서 그녀를 진정시키고 그녀에게 국을 떠서 화를 풀게 하면서 달랬다.
“어머님, 노여워하지 마세요. 백아린 씨는 평소에 집에서 혼자 밥을 해먹고 좀처럼 외출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미슐랭 셰프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것은 드문 것 같아서 입맛이 당기는 것 같아요.”
“다른 건 몰라도, 어머님께서 화를 내서 건강을 해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말하면서 그녀는 눈동자를 구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차라린 이렇게 하는 게 좋을 뜻해요. 마침 제가 아는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가 있는데, 지금 바로 백아린 씨를 그곳으로 보내서 따로 한 상 차려드리게 할 수 있어요.”
“백아린 씨께서 이렇게나 식탐이 많으니, 마침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도 있고 여기에 남아서 모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에게 백아린 씨께 단독으로 한 상 차리게 하고~”
‘모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게~”
백아린은 입을 삐죽거리며 계속해서 새우를 깠다.
오히려 옆에 앉은 권은비의 안색이 갑자기 파래졌다.
“백아린 씨, 당신께서 이렇게 날 저격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 마치기도 전에 차가운 시선이 권은비에게 머물더니, 그녀는 그 차가움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박서준의 늘 차갑고 무관심한 눈빛과 마주치자, 순간 무슨 말을 이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
셋째 숙모가 참다못해 한 마디 했다.
“서준아, 네 와이프 좀 단속해라. 이 아이가 이렇게 제멋대로 어른들한테 대들고, 게다가 모두가 모인 가족모임에서 이런 행동을 하다니. 앞으로 계속해서 이러면 우린 박씨 가문의 규칙이 어디로 가겠어?”
박서준은 뼈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냅킨을 들어 입술에 대고, 입술 위에 거의 없는 자국을 닦아내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셋째 숙모를 바라보았다.
“박씨 가문은 언제부터 새우 몇 개도 못 먹게 됐나요?”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충분히 차가운 기운이 담겨 있어 식탁에 있는 모든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셋째 숙모가 몸을 흠칫 떨더니 억지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니, 새우 문제가 아니라, 네 와이프의 태도가…”
“저 다 먹었어요.”
백아린은 입술을 닦고 접시를 앞으로 밀더니 곧바로 일어나서 식탁에 표정이 다양하고 못된 마음을 품은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손희진이 조금 전 누그러졌던 분노가 순간 부풀어 올랐다.
“규칙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른들이 아직 젓가락을 놓지 않았는데, 누구의 허락받고 감히 제멋대로 자리를 뜨는 거야?”
“누구의 허락?”
백아린은 마치 무슨 엄청난 농담을 들은 것 같았다.
“내가 스스로 허락한 거지요.”
그녀는 손에 든 냅킨을 식탁 위에 가볍게 탁 내려쳤다
“나 시간이 급하니 솔직히 말할게요. 저와 박서준은 이혼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마세요. 이만 가볼게요.”
의자를 뒤로 빼고, 백아린은 돌아서서 현관으로 향했다.
“거기 서!”
손희진은 큰 소리로 호통쳤고 아직도 분개해서 달가워하지 않은 듯했다.
“여태껏 박씨 집안에 기대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는데, 지금 떠나고 싶으면 떠나면서 어딜 감히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야?!”
“사과해, 박씨 가문의 모든 어른들께 무릎 꿇고 사과해. 그러면 내가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따질 필요가 있을지 고려해 볼게…”
백아린은 그들을 뒤로한 채 눈을 크게 희번덕거렸고 돌아서서 피식하고 웃었다.
“얼마나 부유하길래, 몇 마리 새우 두고도 말이 많고, 매일 밥 먹을 때마다 당신네 금고를 훔치는 것처럼 이건 더 가지지 못하게 하고, 저건 더 집지 말라고 하고, 차라리 그냥 날 굶어죽이지 그랬어요?”
“나에게 뭘 따지려고 하는 거예요, 당신 아들이 바람나서 내가 대신 바지를 안 벗겨줘서, 아니면 내연녀가 임신했는데 내가 산후조리를 안 챙겨서 따지려는 거예요?”
“술 좀 먹으면 부풀어 오르고, 나랑 따지려고 들면 죽을 각오하시고 오세요!”
그는 손을 들어 식탁 위의 박씨 집안의 식구들을 일일이 지명했다.
“구경거리 좋아하잖아요? 그럼 다음 주 수요일에 법원 오셔서 저에게 이혼 축의금을 주는 것에 환영할게요. 결혼할 때 한 푼도 만져본 적이 없는데, 이혼할 때 아무것도 못 받으면 서운하잖아요!”